조합유지에 필요한 4대보험, 전기, 관리비, 통신비 등 최소한의 비용도 체납
말 많고 탈 많은 시공사 결정에 재건축 표류 장기화 우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경. 맞은편에 3주구가 방배동과 접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경. 맞은편에 3주구가 방배동과 접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정비사업장 최고 기대주로 꼽혔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조합이 시공권한을 가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로부터 조합 계좌를 가압류 당하면서 조합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마저 체납하고 있어서다. 조합장이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사무실이 폐쇄돼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할 정도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조합이 올해 1월 초 총회를 열었던 것에 대해 위법요소가 있다며 조합장을 고발했고 방배경찰서에서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결론이 나올 때까진 대여금에 대해서 채권보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합 계좌 가압류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조합은 4대보험과 전기, 관리비, 통신비 등 비용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현산은 해당 사업장에서 두 차례의 유찰 후 세 번째 입찰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하고 조합과 계약내용을 조율해오고 있었지만, 900여억 원 규모의 특화설계 비용 등을 둘러싸고 조합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현산 측의 손을 들어주며 기존 시공계약 취소 여론에 반발해왔다. 이렇듯 반포1단지 3주구 내부 갈등은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초 열린 현산의 시공사 자격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곪았던 갈등이 터졌다. 올 1월 초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찬성률 86.9%로 시공사 우선협상 지위 박탈 안건이 가결됐지만 총회 참석자 수가 실제와 다르게 집계되는 인명부 위조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산 측과 조합장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이후 현산은 물론 조합 내 현산 찬성과 반대 측의 줄소송은 이어졌다. 1월 7일 총회 사문서 위조 고발 및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 총회 무효확인 소송 , 올해 1월 초 자료 정보공개 거부 고소 등이 그것이다. 양측 간 이전투구가 계속되는 과정에 조합장을 비롯, 조합 집행부 임기는 지난 2월 말 종료됐다. 이후 100일 가량 지났지만 조합은 아직 차기 조합장 선출 일정은 물론 사업진행 또한 진전이 없다.

앞서 올해 초만해도 해당 사업장은 HDC현산의 시공권 박탈 총회 이후 열린 시공 입찰의향서 접수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10대 건설사 가운데 SK건설과 갈등대상인 현산을 제외한 8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올해 정비사업장 최대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불과 반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 분위기에선 3주구 재건축 사업이 불투명하다보니 입찰 여부를 논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산 관계자 역시 ”시공사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 내부갈등이 심해 당분간 재건축 일정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조합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사업 진척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반포1단지 3주구는 전용면적 72㎡ 1490가구 규모다. 재건축 사업으로 지하 3층~지하 35층 17개 동 2091가구로 신축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8087억 원으로 남은 강남 재건축에서 알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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