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공단 점검 육안으로만 가능”
“개성공단, 평화와 번영의 기반···정부, 적극적인 재개 의지 보여야”

정부가 지난 1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9차례 만에 정부가 승인한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승인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후 처음이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승인과 공단 재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과정과 관련이 깊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적극성과도 연관된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가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기업인 방북 승인과 공단 재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방북 승인에 따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이끌고 공단을 찾는 역할을 한다. 시사저널e는 지난 22일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을 만나 개성공단 방북 일정, 점검 대상, 공단의 가치 등에 대해 물었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는 그동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계기는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실패였다. 합의 실패 원인에는 일정 정도 우리 정부의 소극적 상황 인식과 역할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능동적 상황 인식과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개성공단 최초 승인은 한국이 능동적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전에도 정부는 공단 방북을 국민 재산권 기본권 차원에서 봤다. 그럼에도 미국과 협의 속에서 한미 관계를 감안하고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방북 승인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넘어서서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얼어붙은 북미, 남북의 교착국면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을 움직일 순 없으나 우리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수동적 상황 인식과 소극적 역할이 아니라 능동적 상황 인식과 적극적 역할을 하자는 정부의 기조 변화 속에서 기업인 방북을 승인한 것이다. 절박함에서 승인을 했다. 기업인 방북 승인은 정부의 적극적 태도 변화의 신호다.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북 시기는 언제가 적절한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방북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트럼프 대통령의 6월말 방한 일정 등과 기업인들의 방북 시기를 고려해 언제가 최적의 방북 시기인지에 대해 계산하지 않는다. 정부가 방북을 승인했을 때 빨리 들어가야 한다. 남북 협의에 따른 방북 시기는 미지수이나 6월초를 희망한다.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가면 무엇을 어떻게 점검하나?

이번에 들어가면 3년 4개월만에 들어간다. 다만 육안 검사라는 한계가 있다. 시설을 한번 보고 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인들에게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한다. 규모가 큰 기업은 육안 검사도 오래 걸린다. 사실 설비는 전기를 넣어 작동시켜봐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보고만 오는 것이다. 기업들의 요구는 한번 공단에 들어가는 거 충분히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남북이 협의해봐야 한다.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때가지 볼 수 있으면 한다.

전기를 넣어 작동시키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의 안타까움이다. 전기를 공급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 3년 4개월 전기를 중단했다가 바로 다시 전기를 돌리면 화재 등 사고가 날 수 있다. 이전에 우선 전기를 정비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는 단기간에 봐야하기에 눈으로 봐야한다. 전기를 넣어 시설을 작동시켜 점검하는 것은 차후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에 방북할 기업은 200여개가 된다. 인원은 200~250명 될 것이다. 이들이 하루에 한꺼번에 다녀오는 건 힘들다. 3~4개조로 팀을 나눠 전체 일정을 3~4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북한과 협의 해야 한다.

3년 4개월 전 공단이 중단될 때 기업인들은 원부자재를 놓고 왔다. 원부자재도 확인하나?

중단 당시 기업인들이 설 연휴를 쉬러 나왔다가 공단에 못 들어갔다. 원부자재 등 아무것도 못 가져온 기업이 대부분이다. 당시 기업인들의 유동자산 신고는 기업들이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신고했다. 원부자재 양이 그대로 있을지, 없을지는 가서 봐야 알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나?

공단 재개는 현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한미 관계, 국민적 지지 여론 등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반면 우리 재단이나 기업들 입장은 명확하다. 평화를 위해서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의 경제적 가치도 높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풀 수 있는 것 중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것 만큼 좋은 방안이 없다.

개성공단이 가진 평화와 번영의 실질적 가치를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 재단은 이번에 공단 방북으로 국민 관심이 집중됐을 때를 계기로 개성공단의 평화, 번영, 경제적 가치를 국민에게 알릴 것이다.

정부는 공단 재개와 연관된 유엔 안보리 제재 부분을 해소하면서 공단을 재개할 지혜를 만들어 내야한다. 재단과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다음달 직접 미국 의원들과 전문가들을 찾아 이들이 모르는 공단의 실질적 사실을 말할 것이다. 비핵화 과정에 개성공단 재개가 도움이 된다는 것과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해 공단 재개의 여론을 만들겠다.

개성공단이 왜 있어야 하는가?

개성공단의 가치와 목적, 설립 취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남북이 개성공단을 왜 열었는지 알아야 한다. 남북은 2000년 8월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 그것에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계기가 있었다. 남북이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에 합의한 최초의 이유는 평화였다. 전쟁 상태의 적대적 군사적 긴장을 넘어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경제적 연관성을 높이면 평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서로 발 뺄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의 방법으로 경협을 선택한 것이다.

막상 개성공단을 해보니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게 발생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있다. 제조업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 수출 경쟁력에서 중국에 추월당해 저성장이 왔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위해 국내서 버티지 못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로 가고 있다.

자료=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 자료=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남북경협이다.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14년 했다. 한국 제조기업들에게 개성공단 이점과 비교할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개성공단은 낮은 조세와 노동임금, 같은 언어를 갖고 있다. 서울에서 개성까지 물류 시간이 1시간 밖에 안 걸린다. 원부자재가 공단에 들어가 완제품으로 나올 때 관세가 없다. 북측 노동자는 이직을 하지 않는다. 이런 많은 조건이 개성공단 기업에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한다. 이게 경제적 가치다. 중국보다 비교우위를 갖는 곳이 개성공단이다. 이에 수출 경쟁력이 생긴다.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번다. 그래서 개성공단을 하자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기에 하자는 것이다.

표=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 표=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개성공단이 어떻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도움을 주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남북이 구체적 통일의 절차와 과정을 합의했다. 6.15 공동선언에서 한국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입각해 통일 과정을 합의했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개성공단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국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단계 화해협력 단계에서 인적 교류, 사회문화 교류, 경제협력을 거쳐 남북이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이 고도화, 확산되면 실질적 평화와 통일을 구현할 수 있다. 이것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통일 과정이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것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1단계인 화해협력을 거쳐 그 다음 단계인 남북연합까지 가자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이 합의한 통일의 과정에 경협 상징인 개성공단이 있다. 6.15 공동선언에서 이러한 통일의 과정을 합의했기에 북측은 개성공단에도 합의를 했다. 그래서 개성공단이 평화와 번영의 상징인 것이다.

즉 남북이 합의한 통일의 구체적 과정에 경협과 개성공단 방식이 있다. 또 남북은 2007년 10.4 선언에서 개성공단 2단계 바로 착공과 해주 지역 경협을 합의했다. 이렇게 5, 6개 경협 공간을 만드는 게 통일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2007년 10.4선언이 2008년 이후 버려졌다가 지난해 판문점 선언에서 10.4선언을 부활시켰다. 남북경협이 통일의 과정이다. 경협을 확장하면 실질적 평화 통일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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