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탓 국내산 돼지고기값 상승 주장 제기···일부 언론도 국내산 가격과 연관 보도
①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올랐다☞사실
②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도 올랐다☞거짓
③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다음달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오른다☞대체로 거짓

시나브로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 뉴스’·‘거짓 정보’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인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가 ‘가짜’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 뉴스’·‘거짓 정보’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일명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대륙을 비롯한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축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돼지고기 유통 물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세인 가운데, 최근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도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ASF 영향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ASF가 수입산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에 유사한 주장을 담은 언론 보도들도 쏟아지고 있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는 이러한 주장과 보도가 사실인지 팩트체크해 봤다.

 

①“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올랐다”? ☞ 사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대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다. 전 세계 돼지의 50%를 생산하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수입을 해서 나머지 소비량을 채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이 수입량을 늘리면 국제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ASF는 현재 치료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중국은 ASF가 창궐하면서 1억여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세계 돼지고기 시장은 물량부족으로 인해 상승 곡선을 탔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ME) 12월 인도분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초 파운드당 65센트 선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 81.5센트까지 올랐다. 5월 3주차(13∼19일) 유럽연합(EU) 돼지 지육가격(Weighted Average, Class S&E)은 ㎏당 1.73유로를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시세가 21.9%나 치솟았다고 유럽위원회(EC)는 집계했다.

유럽연합 돼지 지육가격(Weighted Average, Class S&E)이 정리된 유럽위원회 자료
유럽연합 돼지 지육가격(Weighted Average, Class S&E)이 정리된 유럽위원회 자료
/ 이미지=유럽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②“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도 올랐다”? ☞ 거짓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평균 kg당 국내산 삼겹살 소매가격은 2만9원으로,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던 4월 초에 비해 2000원가량 올랐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일정 정도 상승한 게 맞다.

하지만 이걸 ASF의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축산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매년 수급상의 이유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갈수록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 ASF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갑자기 ASF 때문에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우리처럼 늘 돼지 가격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4월보다 5월에 가격이 오른 건 맞지만 ASF 때문에 폭등했다는 건 억지”라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4월에서 5, 6월로 갈수록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지는 반면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여름 행락철이 되면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반면 도축은 가장 적게 이뤄진다. 도축이 가장 많은 때는 겨울철인 12~2월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에 전달과 비교하는 것보다는 전년도 가격과 비교해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달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5월(1일~24일)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0.9% 하락한 kg당 4132원이었다. 당초 수입량 감소로 돼지고기 총공급량이 줄어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육가공업체들의 원가 부담 및 판매부진으로 인한 재고 누적으로 매입이 감소하면서 전년 같은달보다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돼지고기 수급과 관련, 현재까지는 국내공급이 많고 재고도 여유가 있어서 수입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버티고 있다면서 당장은 ASF의 영향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오히려 올해 5월의 경우 4월보다 가격이 떨어졌다”며 현재는 평년보다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약세라고 설명했다.

26일 경기도 하남시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 사진=연합뉴스
26일 경기도 하남시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최근 정육점 소매상을 중심으로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올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유통구조적인 특성상 부위별 물가가 따로 움직일 수 있고, 소매 단계에서 일부 가게가 ASF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돼지고기 한 마리에는 여러 부위가 있는 데 삼겹살 같이 특정 한 부위만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며 “그러면 나머지 부위는 재고가 넘쳐 가격이 떨어지지만 삼겹살 가격만 상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소매 가격은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6월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오른다”? ☞ 대체로 거짓

향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어떻게 될까. 농업관측본부는 일단 다음달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같은달 kg당 5192원보다 15.3%~11.4% 하락한 4400~4600원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후 가격 상승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7~11월 국내산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에도 수입량 감소로 총 공급량이 줄어 전년 동기간 kg당 4400원보다 오른 4500원~4700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평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축산업계에선 우리와 중국의 돼지고기 재고가 모두 떨어지는 시점을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소진 시점은 7월, 9월, 10월 등 의견이 분분하다”며 “그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가 부족해 고기값이 폭등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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