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보유 국내 유명 사이트 계정 ID···해외 사이트서 1만7000원에 거래돼
생활편의 사이트는 주민번호 그대로 노출···정부 대처에도 개인정보 유출은 해마다 늘어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카드사 정보 유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유출 등이다.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곧 ‘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산망 관리 소홀로 정보가 해외 해커들에게 노출돼 이름, 생년월일, 집 주소, 나이 등 개인에게 있어 중요한 정보가 너무나 쉽게 제3자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퇴근길, 중국 친구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문자 내용은 ‘혹시 음악 어플리케이션(앱) 계정을 빌려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친구 생각은 단순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고 싶고, 요새 유행하는 ‘프로듀스 101’ 오디션 투표를 하고 싶어 기자의 계정을 빌리려는 것이다.

기자가 계정을 빌려줄지 고민하던 그때 친구는 “그냥 (계정) 하나 살게”라고 또 다시 문자를 보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계정을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기자가 “하나 산다고?”라고 되묻자 친구는 “온라인몰에 파는데 너(기자) 계정을 빌리면 살 필요가 없어서 연락한 거였어···”라고 했다.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검색란에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관련 검색어에 한국인 개인정보, 주민등록번호, xx앱 계정 등이 쏟아졌다. 기자는 바로 판매자와 접촉해봤다. 판매자에게 말을 걸자마자 판매자는 구매 의도를 기자에게 물은 후 바로 구매 절차를 건네줬다. 물론 기자가 직접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구매까지는 1분이면 가능한 듯 했다.

가격도 저렴했다. 평균 100위안(한화 약 1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판매자도 많다. 구매 절차도 간단하다. 판매자에게 구매 용도를 밝힌 후 필요한 계정을 간편결제로 구매하면 된다.

놀란 것도 잠시, 중국 포털 사이트에 ‘한국인 신분증’을 검색하자 수많은 개인정보가 제공됐다. 그 중에서는 실제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증 스캔본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었다. 특히 중국 생활에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편민사순망’(한국 전화번호부 사이트와 비슷한 콘셉트) 사이트에선 이름, 나이, 개인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실제 기자의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해보니 ‘진짜 정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 노출돼 있는 개인정보에는 2000년대 학생들의 개인정보도 많았다. 직접 노출된 개인정보들을 확인하자 걱정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에도 그 누구도 유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부처와 함께 피해자를 파악하고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해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정부부처와도 협업해 우리나라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핫라인도 구축했다.

문제는 우리가 아닌 외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다. 해당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의 개인정보다보니 우리 정부의 요청에도 적극 대처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지키고 예방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없애는 등이다.

안타까운 것은 당장 피해를 본 게 아니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상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유출된 정보는 범행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저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이트가 알려지자 기자 주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리의 개인정보가 전 세계에 떠돌고 있다고. 단순히 웃어 넘길만한 농담은 아니다. 정부가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우리 국민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 제2의, 제3의 개인정보 유출 사이트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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