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 재차 요구···‘1대1 영수회담’ 중요성도 강조
‘민생살리기’ 명분 내세우지만, 절실함 찾을 수 없어···민생경제법안 처리 뒷전
지속되는 국회 파행,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제1야당 ‘품격’ 아냐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회의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선포했고, 여야 지도부가 한 달가량이 지나도록 국회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3당인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면서, 한때 국회정상화 기대감이 커진 시점이 있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국회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 없이는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야 4당의 입장에서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지정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라는 한국당의 요구는 받아들여질리 만무한 만큼 6월 국회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7일 ‘민생투쟁대장정’ 일정을 마치며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민생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느꼈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1대1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저희는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 국회가 정상화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국회가 이렇게 열리지 못하게 한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라며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한다면 저희는 국회에 들어가서 민생과 국민을 챙기는 일을 가열 차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대표는 “‘이미 끝난 일이니 들어오라’고 할 수는 없다”며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황 대표의 발언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단독회담과 관련해 청와대는 여야 5당 대표 회동 직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단독회담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표의 말대로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형식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라도 단독회담만을 고수하며 국회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의 모습에서 민생에 대한 절실함은 찾을 수 없다.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 요구 또한 문제가 있다.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법안들이 아니다. 최장 33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것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흐지부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바꿔 말하자면 얼마든지 국회에서 약 300일이 넘는, 남은 기간 동안 관련 법안들을 바꾸고 절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도 민주당 등의 개혁안과 세부적인 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회 안에서 한국당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 입장만을 내비치면서, 장외에서 사실과 맞지 않는 선동적인 발언 등으로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제1야당의 ‘품격’이 아니다.

국회의 파행이 사실상 시작된 시기는 지난해 말이다. 한국당의 잇따른 ‘보이콧’으로 국회에서는 비쟁점법안들만 겨우겨우 처리될 수 있었고, 민생‧경제법안들은 뒷전에 밀려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민생의 ‘처참한 현장’을 제대로 경험했다면, 민생경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정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빠른 시일 내로 국회를 정상화하고, 민생경제법안 심의‧처리에 집중한다면 국민도 그 ‘진심’과 ‘충정’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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