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1:0.35’ 아닌 최대 ‘1:1.18’ 주장
“배임 혐의 현저···민·형사적 책임 추궁과 범죄수익 몰수” 강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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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때 회계법인들의 합병 비율 검토가 부실했고, 왜곡된 보고서가 반영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조9400원대 부당이득을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재추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2015년 당시 제일모직 ‘1’에 삼성물산 ‘0.35’의 비율로 합병이 진행됐지만, 회계법인들의 평가를 바로잡으면 합병 비율은 ‘1’대 ‘1.18’까지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 합병 비율로 이 부회장이 얻은 이득이 2조9400억(2조~3조64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합병시 제출한 기업가치평가보고서가 이 부회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합병 비율 계산시 반영한 안진과 삼정의 보고서에 제일모직에는 유리하고 삼성물산에는 불리한 오류가 다수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부채 누락, 실체 없는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부의 가치 과대평가, 업무용 자산으로 분류됐던 에버랜드 보유 토지에 대한 부당한 가치평가 등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며 “반면 영업규모나 이익규모의 측면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훨씬 능가함에도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를 제일모직보다 낮게 평가하는 등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당하게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합병에서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의 비율이 적용됐다. 합병 전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 받으면서 합병 후 큰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의 가치평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제일모직의 가치평가만 보정하더라도 적정 합병비율이 1:대0.69~1대0.70으로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진의 평가기준을 삼바 지분의 순자산 가치로 변경할 경우 적정 합병비율이 1대0.88로 대폭 상승하고, 삼성물산의 과소평가를 추가로 보정하면 안전의 적정 합병비율은 1대0.94~1대1.18으로 추가상향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모든 보정을 반영하면 적정 합병비율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제시했던 1대1.21에 매우 근접하는 수준임을 확인했다”며 “각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합병비율로 합병하지 않고 1대 0.35로 부당하게 합병함으로써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의 규모는 최대 3.6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 사건 합병이 법률적 쟁점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최대한 유리한 합병비율을 관철해야 할 입장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안진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게 했다”며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경영진 및 사실상의 이사인 이 부회장은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삼바는 의도적으로 콜옵션 부채를 누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분식 장부를 활용해 은행 대출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함으로써 채권자와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재산상의 손실을 야기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피해 졌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가치조작에 따른 이재용 일가 및 국민연금 손익변화’를 주장하며 정리한 표 / 그래프=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가치조작에 따른 이재용 일가 및 국민연금 손익변화’를 주장하며 정리한 표 / 그래프=참여연대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와 무슨 연관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고,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의심의 배경은 이렇다. 2011년 삼성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를 설립한다.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옛 삼성물산이 출자금을 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전은 2015년이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하면서 돌연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가진 삼성에피스 지분 가치는 순식간에 4조5000억원이 늘어난 5조원으로 평가됐다.

일련의 과정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교환 비율은 1:0.35로 결정됐는데, 삼성바이오의 흑자전환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당시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의 주식이 전혀 없던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은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으나 오직 합병만을 위해 이러한 뇌물수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에 4년으로 감형됐다.

한편 삼성바이오 측은 “당시 회사는 상장 자격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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