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2020~ 2026년 수요연계형 R&D에 2705억원 지원
기획단계서 67개 과제 선정···과제당 평균 지원금 40억원 그쳐
업계 "우수 기업에 집중 지원해야"··· 산업부 “수요조사 거쳐 과제 개수‧지원금 규모 변동될 것"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수요연계형 R&D 추진 사업/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 일환으로 추진하는 팹리스 수요연계형 연구개발(R&D) 사업이 ‘성과 없는 나눠먹기’ 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시스템반도체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정부의 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7년 동안 총 27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세부 과제는 총 67개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과제 1개당 받을 수 있는 예산은 40억3700만원이다.

팹리스 업계는 양산 이전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제품을 제작하는 비용에만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14나노 미세공정의 경우 시제품 제작에만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기도 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업계 특성상 한정된 예산을 분산 지원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전형적인 ‘나눠먹기’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이다.

◇ “개발비용 10% 지원해서 제대로 된 효과 거두기 어려워”

국내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퀄컴이나 미디어텍과 같은 회사를 원한다면 잘하는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며 “칩 하나 개발하는 데 200억~300억원씩 들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10억~20억원을 지원한다고 사업이 대대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100억~200억원 규모 대형과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자동차용 반도체(913억원)의 경우도 기획단계에서 17개의 과제가 선정됐다. 이 경우 과제 1개당 받을 수 있는 평균 지원금은 53억7000만원이다. 예산 규모가 훨씬 적은 나머지 4개 분야도 최소 7개에서 10개 이상 과제가 선정된 상태다. 업계는 과제당 최소 10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야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아래 시스템반도체 육성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팹리스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요연계형 R&D’ 사업이다.

산업부는 7년간 추진하는 이 사업에 270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705억원의 예산은 5개 반도체 분야인 자동차(913억원), 바이오헬스(714억원), 스마트가전(456억원), 에너지(313억원), 기계로봇(309억원)에 지원된다. 산업부는 연내 기업 수요 조사를 거쳐 사업 내용을 확정하고, 내년 예산이 확정될 경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 “선택과 집중에 따른 투자해야 할 때”

팹리스 업계 일각에선 선택과 집중에 따른 투자 없이는 사업 육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팹리스 사업 특성상 반도체 시제품 생산까지 많게는 수백억원대 비용이 들어가는데, 한정된 예산을 수십개의 연구과제로 쪼개면서 R&D 실효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팹리스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상위 5개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웍스,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티엘아이, 아나패스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약 1700억원, 업체당 평균은 약 340억원에 달했다. 총액의 경우 2년 전인 2016년 1273억원에서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각사 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산업부는 이번에 발표한 분야별 지원금 규모와 과제 개수는 기획 단계에서 설정된 것이며, 내년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진 변동이 있다는 입장이다. 수요연계형 R&D 사업은 올해 7월 기업 수요 조사를 다시 거쳐 오는 10월 제안요청서(RFP)를 작성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기획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확정치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올해 기업 수요조사를 거칠 텐데 대기업 쪽과 연계성이 있다보니 액수가 유연성 있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예산 확정 이전까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과제 개수를 확정해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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