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사장 구속 피했지만 삼성전자 임원들 구속···검찰 수사 방향 일부 틀어졌지만, 오히려 윗선 수사 명분 얻게 돼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 임원 3명의 운명이 엇갈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영장이 기각돼 빠져나오고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은 구속됐는데, 오히려 삼성 입장에선 수사 방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윗선으로 완전히 틀어지게 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김태한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같이 영장이 청구된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에 대해선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 방향이 일부 틀어지게 된 건 사실이다. 애초 김 사장을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폐기한 주요 가담자로 봤는데, 그가 주요 수사선상에서 빠지게 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로 인해 검찰 수사가 차질이 빚어지게 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 및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수사가 윗선으로 더욱 집중될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주도 인물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아니라 삼성전자TF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라며 “김 대표 영장 기각이 오히려 몸통이 윗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하 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위세에 눌려 증거 인멸을 한 것 같다”와 같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의 영장을 기각하며 증거인멸교사를 하는 데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에 다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상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시작한 분식회계 수사를 삼성전자로 옮겨 윗선을 파고들 토대를 마련했다. 오히려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점이 분식회계가 사업지원TF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수사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미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렇게 삼성전자 쪽으로까지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임은 초기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삼성으로선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삼성전자에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구속으로 사업지원TF 팀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 사장의 윗선으로 불릴 만한 사람은 이제 이재용 부회장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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