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주요 공항 슬롯 부족으로 무안공항에 집중하는 것일 수 있어”···제주항공 “공항 선점 목적”
국제선 탑승률 저조···제주항공 “탑승률은 비수기라는 점, 취항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 고려돼야”

제주항공이 무안국제공항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선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정작 무안발(發) 국제선 탑승률은 저조하다. 일각에선 주요 공항의 슬롯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제주항공이 어쩔 수 없이 무안공항에서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을 기점으로 탑승하는 객실승무원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무안으로 이동한 후 비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안에서 거주하며 비행을 하는 방식이다. 이미 30여명의 운항승무원(조종사)이 이곳을 거점으로 비행에 투입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집중 전략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4월, 무안~오사카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다낭, 방콕, 타이베이, 세부, 코타키나발루, 마카오,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취항했다. 오는 7월부턴 무안~후쿠오카 노선에 취항한다. 1년 새 10개가량의 국제선에 취항한 것이다.

하지만, 집중과 투자에 비해 국제선 탑승률은 저조하다. 탑승률은 항공사의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표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비즈니스석 등 좌석당 비용 편차가 크지 않아 대형항공사(FSC)보다 탑승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LCC가 흑자를 보기 위해선 70% 후반대 이상의 탑승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4월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 노선 탑승률을 표로 정리했다. 186석을 기준으로 했다. 189석을 기준으로 할 경우 탑승률은 더 낮아진다. /표=이다인 디자이너
4월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 노선 탑승률을 표로 정리했다. 186석을 기준으로 했다. 189석을 기준으로 할 경우 탑승률은 더 낮아진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

에어포탈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4월 기준으로 무안공항에서 11개 노선에 운항했다. 이 중 제주 노선을 제외한 10개 노선이 국제선이다. 그 가운데 다낭, 세부, 울란바토르, 간사이를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탑승률은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주항공은 사업 확장을 위해선 제주공항이 아닌 육지의 다른 거점 공항, 즉 허브공항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만 인천·김포·김해 등 주요 공항의 슬롯(공항별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안공항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안공항에 대한 국제선 허브공항 등의 비전에 대해선 “의문이다. 무안공항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분명히 위치적·상황적 한계가 있다”면서 “호남권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연령층도 높아 실질 소비계층이 거주한다고 보긴 힘들다. 위치적인 부분도 조금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안공항이 살아나긴 했지만, 이는 항공사들의 노선 다양화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보인다. 공항 자체의 경쟁력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오랜 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국제선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2% 상승한 19만여명의 여객 수를 기록했다. 비슷한 기간,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송 여객을 기준으로 2018년 4월말 8.8%에서 2019년 4월말에는 73.4%로 약 8배 증가했다.

제주항공 측은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취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4월은 비수기였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무안공항에 집중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라고 답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 사진=제주항공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