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TV 시장 점유율 두고 홍보전 이어져···대외 시장으로 눈 돌려야

최근 TV 시장을 보면 중국의 ‘굴기’라는 단어가 더 크게 와 닿는다. 올해 1분기엔 전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 TV가 국내 업체 제품보다 많이 팔리며 삼성‧LG전자가 꽉 잡고 있는 TV 시장 판도가 흔들렸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판매량 기준 총 점유율은 31.6%를 기록한 반면, 중국 업체들은 34.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앞섰다.

중국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는 물량 공세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TV 가격 인하에 기인한다. 이들 업체는 LCD TV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높여갔다. 특히 중국 TCL은 올 1분기 판매량 기준 시장 점유율 10.8%를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초로 시장 점유율 10% 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0.4% 쪼그라든 18.8%를 기록했다. 이어서 올해 TCL은 8K OLED TV를 출시하며 그간 프리미엄 TV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피해 삼성‧LG전자는 고가 전략을 앞세워 시장 수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양사가 공략하는 시장이 비슷하다보니 중국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는 동안 양사는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삼성, LG전자는 각각 QLE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앞세워 고가 제품군에서 1등을 수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삼성‧LG전자의 홍보전도 이와 궤를 함께 한다. LG전자는 앞서 14일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QLED TV는 OLED TV와 동일 비교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OLED 패널과 달리 백라이트 유닛(BLU)에 양자점개선필름(QEDF)를 부착한 QLED TV는 기술 격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수를 두듯 삼성전자는 시장조사업체 통계를 빌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QLED TV가 판매량이나 금액 면에서 모두 OLED TV를 앞섰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사실상 전세계 OLED TV 시장을 독주하는 LG전자를 겨냥했다.

그러나 사실상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맹추격을 앞둔 가운데 시장 점유율 다툼은 자존심 싸움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고해상도 TV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술 수준 차이의 폭은 점점 줄고 있는데 양사는 시장 점유율만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간 삼성‧LG전자의 경쟁 구도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는 마케팅 소구로도 활용돼왔다. 다만 이제 시장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중국 기업의 추격이 턱밑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양사는 서로에게 세운 날을 대외적으로 돌려야 할 때다. LCD TV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 번 내준 시장 입지는 다시 탈환하기 어렵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자존심 겨루기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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