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논산공장서 하루 4만3000개씩 만들어지는 비비고 육개장
고기 삶기, 찢기부터 대파·토란대 고르기까지 모두 사람 손 거쳐
향후 가정식뿐 아니라, 보양식 등 외식형 제품으로까지 라인업 확대 목표

육개장을 집에서 끓이는 일은 이미 신화가 된 듯하다. 번거로워서다. 그렇다면 육개장을 대하는 방법은 이제 세 가지뿐이다. 식당에 가거나, 마트에 가거나, 안 먹거나. 어쨌든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기 손쉬운 대안이 있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면 3000원의 금액으로 쉽고 빠르게 육개장을 구입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 중 국내 HMR(가정간편식) 국물요리 시장점유율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의 육개장은 매달 100만개씩 팔리고 있다.

비비고 육개장은 충청남도 논산에서 만들어진다. 4만여평에 달하는 논산공장의 HMR 연간 캐파는 1만톤이다.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보는 비비고 육개장, 추어탕, 갈비탕, 사골곰탕, 소고기미역국, 소고기장터국, 콩나물황태국, 소고기무국, 차돌된장찌개가 모두 이 곳에서 탄생한다. 이 곳에서 하루동안 생산되는 비비고 육개장은 4만3000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부산서 생산되는 제품과 함께 전국 각지로 뿌려진다. 

◇ 육개장이 완성되는 6시간

CJ제일제당 비비고 논산공장. /사진=CJ제일제당

마음만 먹으면 3분이면 사서(편의점 방문 기준) 5분이면 완성되는(전자레인지 사용 기준) 비비고 육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6시간의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논산공장에 위치한 HMR 생산 공장 건물에 들어가면 후각부터 놀란다. 육개장 제조가 이뤄지는 현장의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삶은 소고기와 익은 대파의 향기가 났다. 아는 향기가 가장 치명적인 법이다. 나는 왜 점심시간 직전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곱씹었다. 

비비고 육개장을 만드는 과정은 가정에서 만드는 순서 그대로를 따른다. 고기(양지 부위)의 핏물을 빼고 2시간 동안 이를 삶는다. 육수를 내는 과정으로, 추출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물탱크만한 거대 솥에서 양지가 익어간다. 익힌 양지는 사람, 그리고 기계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작업자들은 양지에 붙은 불필요한 지방을 떼어내고 일정한 사이즈로 이를 잘라낸다. 여기서 기계도 고기 사이즈를 일정하게 맞추는 데 일조한다. 

이제는 국물을 만들 차례. 비비고 육개장의 빨간 양념(일명 다데기)은 작업자가 직접 솥에서 볶는다. 이렇게 손수 만들어진 꾸덕한 양념과 양지 삶은 육수(비비고의 국물 자신감은 이 '직접 삶은 육수'에서 나온다. 엑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조미 양념 등을 섞으면 비비고 육개장의 국물이 완성된다. 

비비고 육개장에는 큼직한 대파와 토란대가 들어간다. 이들을 공정상 '원물'이라 부르는데, 이 원물 그대로는 이물질도 많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 것들이 있어 이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다. 작업자들의 눈과 손이 대파와 토란대를 뒤지며 이물을 제거한다. 이물을 걸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물이 없는 최상의 재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터, 그래서 CJ제일제당은 파를 계약재배를 한다.

비비고 육개장에 고사리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사리는  작업자들이 일일이 걷어내기 힘들 정도로 이물이 많아서 토란대로 이를 대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무튼 이렇게 선별된 원물은 블렌칭(데치기)에 들어간다. 파와 토란대 특유의 아린맛이 이 단계에서 제거된다. 

완성된 제품이 파우치에 충전된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이제는 충전이다. 이전 단계에서 찢은 고기+블렌칭한 야채를 작업자들이 손수 정량만큼 소분한 후, 국물과 함께 우리가 아는 그 비비고 파우치에 담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아는 그 비비고 육개장의 실물이 완성된다. 실링된 파우치는 엑스레이 촬영을 거쳐(이물 포함 여부 확인), 중량 체크를 거쳐 드디어 가장 마지막 단계인 '레토르트기'에 들어가게 된다. 상온에서 보관되는 비비고 육개장의 경우, 레토르트기 안에서 내부 원물이 포함할 수도 있는 작은 균을 아예 멸균시키는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단계까지 무탈하게 통과된 육개장을 우리는 3분만에 사서, 5분만에 데우고, 10분만에 먹는다. 

◇ 외식메뉴까지 노리는 비비고

익숙해 오래된 브랜드 같지만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론칭한 브랜드다. 현재 탕 8종, 국 4종, 찌개 5종 등 총 17종의 제품을 갖고 있는 비비고의 HMR 국물요리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월 기준 47.6%다. 론칭 3년만에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간 것이다. 출시 첫 해 매출 140억원이었던 비비고 국물요리는 지난해 1280억원까지 뛰었다. 과연 박서준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7월중에는 감자탕, 순댓국, 콩비지찌개 등 3가지 신메뉴를 더 내놓는다. 이전까지의 메뉴들이 '가정식'에 초점을 뒀다면, 7월 신메뉴는 외식형 메뉴다. 이전까지는 집밥에 대한 수요를 대체했다면, 이제는 식당에의 니즈까지 충족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국물요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7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같은해 매출 목표액은 3500억원이다. 

이주은 CJ제일제당 HMR상온마케팅담당 상무는 "좋은 제품이 좋은 때를 만나면 인기가 폭발하게 된다. 현재의 HMR 트렌드는 기술과 타이밍이 잘 만나 성장한 사례"라면서 "한국인이 선호하는 국·탕·찌개 메뉴를 한국인은 물론 글로벌 소비자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전 세계 K-FOOD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K-FOOD 진척은?  

지난해 1280억원가량의 비비고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적다. 2016년 국내에 론칭한 비비고는 2017년 '버섯 육개장'을 들고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현재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한 것은 아니지만 한인마트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스트코 시식행사인 로드쇼를 통해 현지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을 토대로 브랜드 입점 채널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비비고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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