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세계관 구축은 크게 두 가지···가수의 곡과 가수 그 자체

대부분 세계관이라고 하면 철학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브컬처에서 일컫는 세계관은 어떠한 내러티브의 가상적 시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스토리 안의 세계는 아무리 현실에 기반하더라도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시공간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세계관 혹은 유니버스(universe)라고 부른다. 

서브컬처에서 세계관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2차 창작성에 기반한다. 다시 말해 원본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그것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또 다른 세계관(another universe)을 끼얹어 2차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만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 안에서 이용자, 동시에 2차 창작자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원본의 세계관에 기반해 만들어낸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는 웹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있다.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트와일라잇과 함께 웹소설의 영화화에 한 몫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실제로 ‘트와일라잇’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작가가 또 다른 세계관(A/U)을 만들어 이야기를 진행해나간 것이다. 마블 세계관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세계관으로 통합시켜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친 마블 스튜디오는 꾸준히 이용자들의 몰입을 상승시키며 성공적으로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이전까지 세계관은 소설이나 영화, 만화, 게임과 같이 스토리라인을 갖고 진행되는 콘텐츠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였다. 그러나 현재 대중음악(특히 아이돌을 주축으로)에서 보이는 세계관은 이용자들의 몰입을 꾸준히 향상시키며 또 다른 이야기산업 전략을 형성해내고 있다. 3~4분 내로 진행되는 음악은 곡의 가사만으로 특정 세계관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음악의 특성 중 하나는 솔로가 아닌 다수의 멤버(아이돌)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는 것이며, 정규보다 싱글 앨범을 자주 발매하고, 동시에 뮤직비디오의 소비도 굉장히 많다는데 있다. 

특히 한국의 아이돌들은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동시에 팬덤 또한 팬 콘텐츠 생산에 있어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이러한 조건들은 세계관 진행에 있어 음악이라는 장르가 가진 다양한 장벽들을 무너뜨렸다. 

대중음악의 세계관 구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가수가 만들어내는 곡, 다른 하나는 가수 그 자체다. 만들어내는 앨범과 앨범 간 공통된 세계관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생기는 휴지기 동안 팬들의 몰입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는 앨범을 발표함과 동시에 팬들이 그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고, 그 세계관을 다른 장르로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상상을 자극시킨다. 이는 2차 콘텐츠 생산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가수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현실기반의 세계관이다. 이는 미디어로 재구성되는 가수의 또 다른 현실이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아이돌들은 일상을 밀착하며 팬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일상 또한 또 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삶을 미디어로 직조해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콘텐츠 시리즈로 만들어내는 것 또한 세계관 전략의 일부다. 이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해나가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한국의 아이돌그룹들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엑소, NCT로 시작해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세계관 전략은 팬덤의 몰입감을 높이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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