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간담회서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 보완방안 발표
일산 주민들 “예상했던 내용이 똑같이 나올 줄은”
전문가들 “구체적인 계획 세우고, 협의체 통해 주민들과 대화 필요”

/ 자료=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부교통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3기 신도시 조성에 반대하는 경기 일산·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을 달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간담회 이후 민심은 더욱 들끓는 모양새다. 개선안은 기존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새로운 해결방안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장관이 나서서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에 일산 등 1·2기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내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새로운 해결방안 없어···과거 내용 재탕한 수준”

24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을 2023년 말 차질 없이 개통하고 인천 지하철 2호선 일산 연장, 대곡~소사선 일산~파주 연장, 서울 지하철 3호선 파주~운정 연장 등을 조기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장관이 언급한 교통망들은 대부분 이미 계획된 노선들이었다. 

인천 2호선 일산 연장은 김포시와 인천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연구용역을 하고 있는 사업이다. 대곡~소사선 파주 연장 역시 지난해 고양시 지방선거 공약으로 나왔다. 한강선, 서울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등은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나온 교통대책들이다. 이에 일산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GTX, 인천 2호선 등 모두 오래 전에 나온 내용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었다”며 “긴급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내용 그대로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언급한 사업들이 많게는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사업들인데, 장관 말 한마디에 진행되니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 “GTX-A 등 교통사업 조기 추진”vs 전문가들 “구체적인 계회 없고, 변수 많아”

김 장관이 약속한 교통망 계획에 변수가 많다는 점도 주민들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GTX-A 노선 사업은 10년 만인 지난해 말 착공해 현재 금융약정을 체결하고, 전체 노선에 대한 구간별 3개 시공사를 확정했다”며 “다른 민자사업에 비해 가속을 붙여 사업을 추진해 2023년 말 개통되도록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GTX-A 노선 사업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 주민들은 해당 노선이 교하 열병합발전소 지하 등을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되자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서울시 강남 청담동과 용산 후암동 주민들은 지난 16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밖에도 민원과 현안이 많아 개통날짜를 2023년으로 못 박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산신도시연합회와 운정신도시 연합회, 검단신도시 연합회 등은 내일(2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과 서구 완정역 등에서 예정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엽공원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요구 집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나머지 대책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개통 시기 등이 불투명하다. 국토부가 이날 처음 언급한 인천 2호선 일산 연장 구간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하는 단계로 갈 길이 멀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과 한강선은 사전타당성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양선 신설은 최근 발표한 내용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는 실정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체적인 계획 방안이나 자금조달 계획, 개통시기 등을 담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며 “실행 계획 없이 홍보만 계속하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 25일 대규모 항의 집회 예정대로···“협의체 만들어, 불안 해소해야”

일산신도시연합회와 운정신도시 연합회, 검단신도시 연합회 등은 내일(2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과 서구 완정역 등에서 예정된 항의 집회를 그대로 열 예정이다. 지난 12일 열린 첫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집회 참여 인원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8일 2차 집회에는 첫 집회보다 10배 늘어 1만명에 달했다. 3기 신도시 교통 대책이 당근책에 불과한 만큼 3차 집회 참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면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주민들과 얘기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고, 불안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정부가 3기 신도시에 관련한 공청회를 하지 않고 밀어붙이면 갈등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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