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이미 명시돼 있어···법적 기준보다 공권력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 등이 중요

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테이저건, 권총 등 진압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각 위험 단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구분해놓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진압대상이 순응하거나 소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손이나 팔을 힘껏 잡을 수 있고, 경찰관을 밀치는 등 적극적으로 저항할 땐 관절을 꺾거나 가스를 분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상대방이 주먹이나 발로 경찰관을 공격할 땐 테이저건을 쓸 수 있고 흉기 등을 사용할 땐 권총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에 마련된 새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이전에도 기준이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맞습니다. 경찰의 무기 사용기준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해당 법에 의하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람이 항거하거나 도주하려 할 때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범인이나 소요를 일으킨 사람이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이나 항복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항거할 때 등의 상황에 장비를 쓸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진압장비 사용 기준은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분류해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데 과연 기준을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애초에 있는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도 경찰들이 총기, 테이저건 등을 사용하는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여론의 비판을 가장 크게 받을 때 중 한 케이스가 바로 위급한 현장에서 소극적인 듯한 모습이 알려졌을 때입니다. 범인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거나 할 때에도 쩔쩔매거나 마치 민원업무 처리하듯 소극적으로 대처해 비판을 받은바 있는데요. 물론 적절한 대처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찰들이 마음 놓고 법집행을 할 수 없는 사정도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찰 입장에선 아무리 법적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진압장비를 사용했다고 해도 나중에 법적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경찰관이 총기 등을 사용한데에 대해 과잉진압이라고 소송을 걸고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자칫 과잉진압 문제가 불거지면 되레 욕만 먹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조직에서도 한소리 듣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한 경찰관이 진압하다 처벌받느니 시위대에게 얻어맞는 게 낫다고 한 발언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총기사용 기준을 마련했지만 단순히 기준마련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듯 합니다. 단순한 제도마련보다 적법한 물리력 행사를 한 경찰의 행위에 대한 불이익이 없게 해주고, 인정해주는 풍토부터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광주 집단폭행 사건 같은 경우가 다시 발생하면, 경찰들은 새로운 기준을 믿고 마음 놓고 장비를 사용해서 진압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 스스로 공권력을 얼마나 인정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경찰 권위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웃는 것은 범죄자들이고 피해보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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