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증언으로 증거 얻고 구속수사로 진술 또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지난해 기각됐던 노조와해 의혹 수사 때와 확연히 달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이다인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전개되고 있다. 주요 인사들에 대한 구속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검찰이 탄탄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팀 직원 등 5명을 증거인멸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시켰다. 이 같은 검찰의 구속행진은 그야말로 막힘없이 물 흐르듯 전개됐다. 지난해 청구하는 구속영장마다 번번이 기각됐던 노조와해 의혹 수사 때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막힘없이 구속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진술과 증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증거를 바탕으로 구속수사를 이어가고, 또 그 수사를 바탕으로 결정 진술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법원이 결코 구속영장을 쉽게 그냥 내주지 않는데, 관련자들을 연이어 구속시키는 현재 수사흐름을 보면 검찰이 판사를 설득할만한 뭔가를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구속자들이 뭔가 불법행위에 관여됐다는 합당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술들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증거를 손에 넣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 숨겨있던 노트북 수십 여 대와 서버를 손에 넣은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 담당 직원의 진술 덕분이었다. 이 밖에 현재 구속된 임직원들도 대부분 증거인멸 과정에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입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 조사와 달리 구속수사는 조사대상자에게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구속수사와 일반 수사는 진술 확보 측면에서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 압박에 하나둘 입을 열었고, 그 덕에 수사는 윗선으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한 재계 인사는 “과거와 달리 이제 기업인들이 조사를 받게 되면 대체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때 수사가 다소 소강상태인 상황도 있었다. 압수수색 이후에도 검찰은 한동안 관련자들을 소환하지 않았고 결정증거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허나 현재 검찰 수사 추이를 보면 수사를 끌지 않고 단번에 윗선으로 치고 들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한동안 소환조사 없이 조용했던 것을 아무것도 안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며 “자료 분석을 통해 수사를 어떻게 진행해갈지 준비했다고 봐야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파죽지세로 이어지는 가운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의 영장심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마저 구속되면 검찰 수사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장(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치고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윗선 수사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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