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역(逆)브랜드화로 인한 수요 쏠림···"가격인상 압박 받을 수도"

노브랜드 영등포양평점/사진=유재철 기자
노브랜드 영등포양평점. / 사진=유재철 기자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하고 가격을 낮춰 승부를 건 이마트 노브랜드와 일본 생활용품기업 무인양품의 성장세가 놀랍다. 특히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둔화가 뚜렷한 상황인 만큼, 이들 업체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통념을 깬 고객 지향적 경영철학이 소비자들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무인양품은 1378억원의 매출과 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5.8%, 30% 늘어난 수치다. 2014년 매출 480억원에 불과했던 무인양품은 4년 만에 약 3배 성장했다.

지난해 200호점을 돌파한 노브랜드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가맹사업을 선포한 노브랜드는 군포산본역점을 시작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를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노브랜드는 론칭 첫해인 2015년 매출 270억원에서 현재 연간 3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무인양품(세이유)과 노브랜드(이마트) 모두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에서 출발했다.

이들 업체는 거품을 빼 가격은 낮추되 품질은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을 철저히 고수했다. 미디어 매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의지했다. TV 앞을 떠난 2030 젊은 세대에게는 이 방법이 빠르고 유효했다. 실제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는 ‘노브랜드’와 ‘무인양품’에 대한 사용후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직장인 임 아무개씨는 “노브랜드와 무인양품 모두 사용해봤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만큼 기대 이하의 품질도 있지만 대부분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전통 제조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체의 PB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가처분소득 줄어들면서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소비를 하는 소비패턴 변화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실제 무인양품이 일본에 상장한 1995년은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으로 표현되는 ‘잃어버린 20년(1991~2011년)’이 막 시작된 때다. 최근의 국내 경제는 과거 일본처럼 저성장을 거듭하며 내수침체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유통 시장은 브랜드만 믿고 팔리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면서 “일본처럼 노브랜드와 무인양품 같은 실속형 브랜드가 롱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우려는 있다. 향후 이들 업체의 ‘역(逆)브랜드’화로 인한 부작용이다. ‘노브랜드’와 ‘무인양품’ 자체가 브랜드가 돼 수요쏠림으로 인한 가격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조금 올려도 팔리기 때문에 업체는 가격상승의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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