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토스뱅크 대주주 ‘청신호’
일각에선 자본력 우려 ‘여전’
이승건 토스 대표 “자금조달 전혀 걱정 없다”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회견에서 이승건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회견에서 이승건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주력자와 비금융주력자 사이에서 방황하던 토스뱅크의 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주력자’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토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은 넘겼으나 자금조달력·리스크 관리 문제 등 넘어야 할 관문이 여전히 남았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토스,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해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라야 한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예비인가를 신청하면서 토스뱅크의 지분을 60.8% 보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비바리퍼블리카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해야 할지, 비금융주력자로 봐야 할지 불분명했다.

만일 비바리퍼블리카가 비금융주력자로 판단되면 토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비금융주력자는 최대 34%까지만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당초 계획한 60.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최 위원장이 비바리퍼블리카의 지위를 금융주력자로 사실상 인정하면서 토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넘기게 됐다.

◇ 자본조달력·리스크 관리 등···토스뱅크 둘러싼 우려 남아있어

다만 라이벌인 키움뱅크에 비해 부족한 자본력은 여전히 넘어야 할 관문이다.

토스뱅크는 2019년 7월 1000억원 규모의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본인가 통과 후 영업을 시작할 때는 250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이 60.8%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시작 때는 1520억원 규모의 자본금이 토스뱅크에 투입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비바리퍼블리카가 이같은 규모의 자본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여전하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제시된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제대로 된 은행업을 벌이기 위해선 수년 안에 자본금을 1조원 이상 쌓아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이 128억원에 불과한 비바리퍼블리카에 자본조달 능력 우려가 뒤따르는 이유다.

앞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발을 내디딘 케이뱅크 역시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은행을 설립했다. KT(10%),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등이 대형통신사와 금융사들이 핵심 주주로 참여해 안정적 주주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출 상품 중단 및 적자 지속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스뱅크의 핵심 주주는 대부분 외국계 벤처캐피털(VC)로 구성돼 있고 대형금융사라곤 한화투자증권 뿐이다. 이마저도 9.9%의 지분 투자라 비중이 높지 않다. 향후 케이뱅크처럼 유상증자 실패로 자본확충에 비상등이 켜질 수도 있다.

주주 중 은행이 없어 키움뱅크에 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키움뱅크 주주 구성은 키움증권(26%), 하나은행(10%) 등 대형금융사가 포진해 있다. 대주주가 증권사인 만큼 경영·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가다.

반면 토스뱅크는 은행업 경험이 없는 주주들로 구성돼 있어 자본건전성 및 연체율 관리 등 은행업 리스크를 제대로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계속해서 자본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서 토스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그정도 자금조달을 하는 건 토스에게 어렵지 않다”며 “자금조달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오는 24일부터 2박3일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 합숙 심사를 한다. 예비인가 결과는 26일 금융위원회 임시회의를 통해 발표·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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