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서 엄수된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약 1만명 시민 모여 추모
권위주의·지역주의 등 타파에 ‘올인’···지방분권·선거제·공수처 등 文정부들어 서서히 ‘결실’
여야 극한 대립 속 재차 요구되는 노 전 대통령의 ‘소통’·‘통합’ 가치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1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참여정부 4주년 평가 심포지엄에 참석 중 잠시 휴식하는 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1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참여정부 4주년 평가 심포지엄에 참석 중 잠시 휴식하는 노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사 中)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본인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낸 발언으로 회자된다. 그의 일생을 뒤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 지역주의, 만연했던 ‘반칙’‧‘특권’과 정면으로 싸워왔다.

최초의 고졸 인권변호사 출신인 고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법조계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정치권에 입문한 후에도 자신의 진영에서도 배척될 만큼 기득권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기득권의 반칙과 특권에 의한 정당하지 못한 피해를 고스라이 받았던 그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다른 정치인들에게서 받을 수 없는 ‘울림’을 경험했다.

이와 같은 ‘울림’은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른바 ‘기적’을 만들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이인제 후보를 제쳤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2.33%(노무현 48.91%, 이회창 46.58%) 차이로 승리했다.

23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약 1만명의 시민들은 대부분 당시의 ‘울림’과 ‘기적’을 기억하며 그를 추모하는 듯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정국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 취임 2년 만인 지난 2004년 탄핵사태를 맞기도 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어려움을 겪은 데에는 대북송금특검법 거부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기득권의 특권, 권위주의 등에 대한 ‘개혁행보’가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뇌물수수혐의’도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등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어느 정도 밝혀진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고 노 전 대통령은 과감한 개혁정책을 폈다. 권력기관 개혁, 지방분권, 균형발전, 시장 존중, 복지 강화, 남북 평화와 공영 등을 주요 가치로 다양한 정책 변화를 시도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3일 자신의 SNS에 이와 관련해 “‘바보 노무현’, 기득권동맹과 온 몸으로 부딪치며 ‘실용주의적 진보’의 길을 열어나간 열혈남아였다. 우리가 그를 잊지 않는 한, 그는 살아 있다”며 “권력기관 개혁,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시장 존중과 복지 강화, 남북 평화와 공영 등은 그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고자 했던 과제였다. 우리가 이 과제를 계속 추진하는 한, 그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개혁과제들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기득권 내려놓기’와 관련한 개혁정책들은 해당 기관과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사 좌초되기도 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이쯤이면 막 하자는 거죠”(2003년 ‘검사와의 대화’),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 등 유명한 발언들도 기득권의 반발과정과 기득권의 왜곡 등으로 생성됐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개혁과제들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차 가동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1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도중 숙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식.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1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도중 숙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中)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한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고 노 전 대통령과 행보를 함께해 온 ‘동지’다.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온전히 알고 있던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참여정부 당시 좌절된 개혁과제들을 재차 추진해나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제도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이다.

현재 3가지 개혁안은 연계돼 국회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상태다. 야당의 반발 속에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부‧여당은 해당 개혁안 처리에 강한 의지 내비치고 있는 만큼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개혁안들이 처리될 경우 고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권위주의‧지역주의 등이 타파된 사회로 첫 발을 뗄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도 많은 부분 사라지는 ‘특이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개혁안이 온전히 처리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해소돼야 한다. 현재 여야는 개혁안 패스트트랙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이어가면서 국회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서의 ‘소통’‧‘통합’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3년 대통령취임사에서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보 노무현’이 우리를 떠난 지 10년, 그가 제안했던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에 대해 정치권이 깊이 고민해볼 시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18 기념식을 마친 다음 날 무등산 등산 도중 휴식을 취하며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18 기념식을 마친 다음 날 무등산 등산 도중 휴식을 취하며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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