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최저임금 제도에 소상공인들 불만···고용 줄이고 ‘쪼개기 알바’ 급증
정부 “합리성, 공정성 높여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전문가들, 새로운 임금체계 연구 필요 지적···“경제여건 감안 필요”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놓고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놓고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소상공인의 희망은 사라졌다. 경제도 어려운데 물가인상에 소비까지 위축되고···.”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놓고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오르게 되면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돌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일부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점포 운영의 어려움과 소상공인 지원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높다’는 응답은 62.6%(매우 높다 26.8%, 다소 높다 35.8%)였다.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자들은 최저임금 부담(70.9%)이 심하고, 동결(77.6%)을 더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 “오른 임금에 가족 동원, 버티기 힘들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편의점주 박아무개씨(42)는 “경제가 어려운데 물가인상이 겹치면서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상권도 무너지고 있다. 정책 하나가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혼자서 일하는 것도 힘들 듯 하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소상공인에게는 차등적용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기 브랜드로 창업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35)는 “가게를 운영한 지는 올해로 9년째”라면서 “불과 3년 전만 해도 알바생을 고용해 장사했는데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존에는 심야에도 운영했는데 가족들로는 버티기 힘들어서 저녁 10시쯤 되면 문을 닫는다”며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손님들을 포기하면서 매출은 줄었지만 어쩔 수 없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올해 안에 폐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문제점은 역시 최저임금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 2년간 29%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해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가족운영과 감원 등으로 대응하는 자영업자가 있는 한편, 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는 고용주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휴 수당을 피해가는 ‘쪼개기 알바’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에게 지불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채용부터 1주일 15시간 미만의 근로를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신림동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44)는 “임금을 줄이려고 위법되지 않는 선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증가하면서 위법 사례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최저임금이 사실상 1만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을 살리려면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저임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개인빵집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3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한 빵집에서 손님이 빵을 고르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저임금 노동자들 위한 새로운 임금제도 마련해야”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분리해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방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임시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지 못했다. 지난 9일에는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사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책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법 개정 지연과 공익위원 사퇴 등으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를 신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신청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중순까지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장관은 “지난해도 공익위원을 5월17일 임명했고 본격적인 전체회의는 6월 중순에 시작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 감소와 임금격차 해소에 기여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당장의 어려움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 공정성을 높이고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소상공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임금 제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노동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거론하며 “업종별로 각각 다른 이유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영향들이 나타나고 있는 부분들이 발견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의 특성, 기업의 특성, 경기상황 등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경제의 전반 상황, 취약 업종과 영세기업의 여건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저임금 시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현재 노동시장이 바뀐 만큼 제도 자체도 일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복잡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처럼 산입범위 해석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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