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시점에 스스로 자정노력 펼치도록 경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을 만나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1년 전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만남에서 강조한 내용들을 재차 강조하며, 기업들이 스스로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15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으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며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 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비주력·비상장 회사에 계열사들의 일감이 집중되는 경우에는 그 합리적인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1년 전에도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을 만나 비슷한 당부를 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김상조 위원장은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에게 “지배주주 일가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갖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요소인데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한 그룹의 핵심만 보유하고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들어 대기업 물류 및 SI(시스템통합) 계열사 내부거래 실태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1년 만에 다시 전문경영인들을 만나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대해 강조한 것은 문제가 되기 전에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엔 한진, CJ, 부영,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하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OCI, 카카오, HDC, KCC 등 재계 11~34위 중 15개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