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이해충돌 명백”···하급자, 회사가 선임한 변호인 입회도 거부
‘2인자’ 정현호 공개소환 초읽기···이재용 부회장도 조사 불가피 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관련 증거물을 인멸한 배경을 두고 윗선과 실무진이 엇갈린 진술을 내놓고 있다. 상급자는 증거인멸 지시를 부인하고 있지만, 하급자는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2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김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아무개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은폐·조작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박 부사장은 앞서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TF) 백아무개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서아무개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업지원 TF의 지시에 따라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큰 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본인 책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지만, 본인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구속된 삼성바이오 및 삼성에피스 임직원들은 엇갈린 진술을 내놓으며 상급자와 하급자의 진술이 맞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에 ‘자체 판단이었다’고 했다가 ‘윗선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진술을 바꾸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차가 있지만 구속된 사람 중에 윗선 지시를 따른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지시를 받았다는 점에 대해 ‘아예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부연했다.

윗선 지시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선임한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입회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이해충돌이 명백한 상황”이라며 “하급자 입장에서 자기와 다른 주장하는 상급자가 선임한 변호인이 자기 옆에서 변호하는 것은 이해충돌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급자가 선임한 변호인이 자신을 같이 변호하는 것은 하급자가 원치 않을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2인자’ 정현호 거쳐 이재용까지 갈 듯

이재용 삼성 체제의 2인자로 불리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사장)의 공개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 16일 정 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들을 분석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에 이어 삼성그룹 정점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검찰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에피스 양 상무와 이 부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이들의 공소장에 이 부회장의 이름도 언급했다. 공소장에는 증거인멸 관련 일부 내용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된 정황이 적시돼 있다.

검찰은 또 양 상무의 컴퓨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회장 통화 결과’라는 제목의 폴더가 삭제된 정황을 발견해 복원작업에 돌입했으며, 복원에 성공한 파일 중에는 이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