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축제에 일반인 참여 늘며 KOBA 장벽 낮아져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서 1인 방송 제품 전시

크리에이터들의 높아진 위상이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이 가득하던 KOBA가 일반인, 학생, 크리에이터가 붐비는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이 생기면서 나타난 변화다. 실제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전시관을 누비는 어르신 크리에이터도 눈에 띄었다.

22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제29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가 개막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25일까지 ‘미디어, 선택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음향 관련 기기와 조명‧무대 관련 장비 등 총 700여 기종, 1만여 점이 전시된다.

주최 측은 1인 미디어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운영했다. 올해는 규모도 더 키우고 전시관도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렸다.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과 1인 방송 미디어 교육세미나관이다.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에서는 1인 방송 맞춤형 장비를 집약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대형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초고가의 제품 속에서 1인 방송용 장비를 보려면 꽤 많은 수고로움이 요구되는데 이 특별관에서는 그런 노력이 필요 없다.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필수·인기 장비들만 모아놨기 때문이다. 마이크·카메라·짐벌 등 50개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관련 장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코딕) 측에서 도와줬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대체로 많이 언급되는 제품, 과거 기종과 최근 출시된 기종 간 차이, 방송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선호 제품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가령 뷰티 방송을 하는 이들이 즐겨 쓰는 조명과 모니터, 게임 방송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고정형 마이크와 무선 외장하드, 자율감각쾌락반응(ASMR)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게 필요한 마이크, 대본을 많이 읽는 방송에 유용한 프롬프터 등이었다.

특히 올해는 비지엠팩토리 제품에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관심을 보였다. 배경음악 라이브러리인 비지엠팩토리에서는 자체 제작한 배경음악(BGM)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 걱정 없이 상업 사용이 가능하고 크리에이터 콘텐츠 배경음악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대다수 동영상 콘텐츠에 음악이 사용되는데 이때 저작권이 있는 음악이라면 동영상이 삭제되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음악 라이브러리 서비스도 등장하게 된 것이다. 비지엠팩토리는 올해 연말 일본·미국 등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코딕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1인 방송에 큰 관심을 갖고 많이 방문하면서 올해는 전시관 규모도 커졌다”며 “주로 제품의 가격대에 대해 많이 문의해 온다. 그래서 저렴한 제품부터 전문가급 하이엔드 제품까지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작년에만 해도 KOBA 행사가 매우 재미가 없었다. 너무 전문적인 데다 방송 영상만을 위한 엔지니어들 위주의 행사였는데 지난해부터 1인 미디어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면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게 됐다”며 “아까는 한 어르신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특별관을 찾아와서는 지난해 특별관에서 전시된 제품들과 비교까지 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특별히 1인 방송 미디어 교육세미나관에서 유명 크리에이터를 초대해 1인 방송 미디어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알려주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유튜브:촬영부터 영상 편집까지’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진행한다.

22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제28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가 열렸다. 전시회에 설치된 유쾌한상상 크리에이터룸의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22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제28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가 열렸다. 전시회에 설치된 유쾌한생각 크리에이터룸의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크리에이터룸도 등장했다. 방송기자재업체인 ‘유쾌한생각’은 크리에이터룸을 선보였다. 지난 4월 출시한 크리에이터룸은 흡음·방음 시설과 함께 천장 레일조명 설치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자그마한 공간에 들어가니 조명이 11개나 설치돼 있었다. 소음과 잡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방송하고 질 좋은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이전에는 방음 부스가 악기 연주나 노래 연습 등에 주로 사용됐는데 이제는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공간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 방음 부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던 조명과 카메라도 부스 안으로 들어와 집 안의 작은 스튜디오를 알차게 꾸밀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가격은 300만원대에서 7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22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제28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가 열렸다. 김형태 유쾌한생각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22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제28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KOBA 2019)가 열렸다. 김형태 유쾌한생각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크리에이터들의 제품 구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유쾌한생각은 ‘크리에이터 장비의 모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다. 유쾌한생각의 크리에이터룸에는 여러 대학생이 레포트를 써야 한다며 찾아와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김형태 유쾌한생각 대표는 “1인 방송을 하려면 조명, 마이크, 카메라가 갖춰줘야 한다”며 “꼭 값비싼 제품이 아니어도 명료도가 좋은 마이크, 초점 고정이 가능한 카메라만 있으면 충분하다. 또 얼굴이 번들거리지 않도록 화장을 하고 용도에 맞는 조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