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사정서 4대 그룹 등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집중 조사로 유턴···넉달여 남은 기업집단국 성과 압박 관측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중견기업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던 공정거래위원회 사정이 다시 대기업으로 유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이를 일종의 경고성 행보로 보고 있다. 정권 초부터 강조했던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을 늦추지 말라는 일종의 ‘군기잡기’란 해석이다.

지난 3월 김상조 위원장은 ‘2019 업무계획’을 통해 중견기업들의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 조사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계 시선은 중견기업으로 쏠렸고 실제로 KPX그룹과 같은 일부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허나 최근 들어선 다시 공정위 사정이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대 그룹 내부거래에 대한 부분이다. 우선 물류계열사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 공정위는 지난 3월 LG그룹 물류기업 판토스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최근엔 현대자동차그룹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의 같은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물류기업과 함께 대표적인 내부거래 분야인 SI(시스템통합) 계열사들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SI계열사들의 수의계약 비율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기업 내부시스템을 관장하는 SI기업은 보안 등 이유로 내부거래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정위는 이와 관련한 논란을 확실히 정리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배경으로 재벌개혁과 관련해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고 대기업들에게 경고를 던지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 위원장은 취임해서부터 지금까지 특히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개선 필요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해왔다. 지난해엔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을 불러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가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는 사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사안이 많다. 허나 김 위원장이 각별히 강조했던 사안들이고 기업들에게 스스로 변할 것을 주문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만큼, 미진한 부분이 있는 상황에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김상조 위원장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일각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미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일종의 경고성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출범한 기업집단국의 운영기간이 불과 4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조의 공정위가 사실상 얼굴로 내세웠던 이 조직에 대한 평가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철통보안 속 운영되는 기업집단국은 확실히 기존 공정위 조직들과 다른 특별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일단 새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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