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실적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FSC와 격차 상당해···“기존 패러다임 깰 장거리 노선 취항 등 혁신 필요”
업계 “체질 개선보단 중거리 노선 강화, 효율적인 항공기 운용 등 잘 하는 것 유지해야”

저비용항공사(LCC)의 1분기 매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7%까지 올랐다. 규모가 커진 것인데, 전문가들은 대형항공사(FSC)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선 장거리 노선 취항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체질 개선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성장을 위한 정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22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FSC인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인 반면 LCC들의 매출액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감률이 아닌 매출액 자체를 놓고 보면 여전히 FSC와 LCC의 격차는 상당하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매출액은 1조7232억원이다. LCC중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한 제주항공(3929억원)보다 몇 배는 더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LCC가 FSC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장거리 노선의 취항 등 혁신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LCC에 대한 인식 틀에서 벗어나 장거리 노선, 조인트벤처 등 혁신적인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해외 LCC의 경우 장거리에 특화된 에어아시아 엑스같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이미 LCC와 FSC를 구분 하던 경계가 모호해졌다. LCC가 하나의 좌석 클래스를 고집하던 것,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 단거리에만 집중하는 것들은 옛날 얘기가 됐다”면서 “이처럼 LCC가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오는 7월 취항하는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의 좌석 배치도를 재조정해 좌석 간격을 넓힌 ‘뉴 클래스’를 도입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LCC들의 행보를 살펴 보면, LCC들의 잇단 중거리 노선 신규 취항은 ‘장거리 노선 확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에어부산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취항한 데 이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도 각각 오는 6월과 7월 중거리 노선(인천~푸켓, 부산~싱가포르)에 신규 취항한다. 중거리 노선은 1500~3500km 정도의 거리를 말한다.

하지만 업계선 장거리 취항 등 체질 개선이 사업 성장을 위한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장거리 노선을 조금씩 확보해나가는 것은 사업 효율이 떨어지고, 확보하더라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즉, 중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이 들리는 이야기이다. 여러 사업 형태 중 하나로 고민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장거리 노선을 야금야금 확보하는 것보다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한 번에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하나씩 확보해야 하는데, 확보할 때 새로운 대형 항공기가 필요하고 경험 있는 조종사, 정비사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상황에서 진지하게 장거리 노선 취항을 고민하고 있는 기존 LCC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LCC는 효율성을 위해 단일 기종으로 중·단거리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많은 항공사들이 이용중인 B737-800 기종의 경우 전체 길이가 39.50m, 186~189석의 규모로 장거리 노선에는 적합하지 않다.

새로운 회계기준(IFRS-16)의 도입도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한 의지를 약하게 하는 요소다. 올해부터 항공기 리스비용도 회사의 부채비율로 잡힌다.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기재를 도입하기 위해선 항공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대형 항공기의 가격은 상당한 수준이다. 기재에 따라 다르지만 B737-800의 가격보다 2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또 다른 LCC 업계 관계자는 “유가, 환율 등 항공업계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LCC도 매출액은 올랐지만 영업이익 등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잘 하고 있는 것을 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LCC의 매출 실적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FSC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LCC의 매출 실적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FSC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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