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현재 단순 지분투자지만 향후 지분 사들일 수도 있을 것”
우리카드, 롯데카드 인수 시 자산 규모 3위·시장점유율 2위로 도약

우리은행이 롯데카드의 인수주체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의 인수주체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의 완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롯데카드 인수전에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앤컴퍼니로 결정됐던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가 막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되면서다. 그에 따라 향후 우리은행이 롯데카드의 인수 주체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한앤컴퍼니와의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이 지난 13일자로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우협대상자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재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롯데그룹이 매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 20%씩 인수하는 구조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남은 20%의 지분은 롯데그룹이 소유해 3대 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한다.

당초 사모펀드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던 롯데카드 인수전이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지금으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4년 만에 지주사로 재출범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가 단순 지분 투자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인수권 없는 20% 단순 지분투자”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MBK가 지분을 매각할 때 협상을 제안하면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인수합병 여지를 남겨뒀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월 출범한 지주사 체제를 다지기 위해서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우리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비은행 계열사 자산 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우리금융 출범식에서 “비은행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제고해 우리금융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만큼 투자금 회수를 위해 향후 롯데카드 지분 60%를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지분투자는 롯데카드라는 회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나머지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자산 순위/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드사 자산 순위/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우리카드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카드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우리카드의 자산은 9조9831억원으로 국내 8개 카드사 중 6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업계 5위인 롯데카드(12조6527억원)을 인수하게 되면 KB국민카드(22조6358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업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내 순위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를 합하면 19% 수준까지 시장점유율이 올라간다”며 “현재 점유율 2위인 삼성카드와 순위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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