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T·SK하이닉스 사회적 가치창출 작년만 12조···대기업 첫 격주 주4일 근무제 도입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한 ‘3위’ SK그룹의 차별화된 행보가 눈에 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의 본격 서막을 알렸으며, 재계 최초로 격주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21일 SK는 서울 종로구 SK빌딩 3층 수펙스홀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 현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이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공개했다. 아울러 향후 차례대로 다른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를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3개사가 지난해 기록한 사회적 가치성과는 12조원을 웃돌았다. △SK이노베이션 1조1610억원 △SK텔레콤 1조6520억원 △SK하이닉스 9조5197억원 등이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사회적 가치)위원장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환”이라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오늘날, 시대가 원하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의 공헌활동은 전통적 관점”이라며 “사업을 영위하며 사회 각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본연 업무인 더 큰 이익창출을 도모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가 ‘공헌’에 그치지 않고 수익창출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미국의 월마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협력사들과 지구환경 개선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혁신적으로 절감하는 ‘기가(Giga)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월마트는 이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선호도가 높아졌고, 덩달아 경제적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계열사 별로 다양한 계량방법이 개발됐다. SK 측은 “여전히 측정 시스템은 미완성”이라 소개했지만, 이를 계측화 한다는 데 높은 의의를 뒀다. 아울러 향후 이를 보안·강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크게 3대 분야로 분류된다. △경제 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경영 간접 기여성과의 측정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항목은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항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의 자원봉사 등이다.

SK이노베이션 정인보 상무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이를 계량화 하면서 막대한 사회적 가치 손실이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됐다”면서 “공정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며 손실된 가치금액이 1조4276억원에 달하는데, 이 같은 수치가 일종의 동기부여가 돼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가치손실을 기록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소재 사업 등을 통한 친환경 환경성과, 공정과정에서 폐열·소각열을 활용한 잉여스팀을 도입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 또한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1조4276억원의 손실액을 기록하면서, 1조1610억원의 성과를 낼 수 있던 배경에는 2조5886억원의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는 의미였다.

SK 사회적가치 설명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 사진=김도현 기자
SK 사회적가치 설명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 사진=김도현 기자

비록 계열사 특성 상 측정에 있어 상이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사회적 가치도 계량화됐다. 이형희 위원장은 “착하게 돈 벌고자 한다”면서 “여전히 미흡한 것이 많지만 체계적으로 관리해 향후에도 보완하고자 하며,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 반영해 구성원들의 참여의식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헌’에 그치지 않고 ‘수익’으로 발전시키며 변화한다는 SK그룹의 발상의 전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쉬는 것이 노는 것’이란 가치관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부가적인 가치창출을 노리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발상의 전환이 밑거름 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그룹 지주사 SK 등은 한 달에 두 번(2·4주) 금요일에 쉬는 격주 ‘주 4일 근무’가 시행 중이다. 지난해 말 시범운영을 거쳐 올 1분기부터 본격 시행했다. 중요 일정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휴무 금요일’에는 당번을 운영한다. 휴무 일정 또한 년 단위로 정한다. SK그룹은 계열사별 여건을 감안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 계열사에 걸쳐 확대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캐시 카우’ 계열사들을 보면 석유화학·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이 많은데, 이런 업체들까지 적용하기란 사실 상 불가능하다”며 “다만, 최 회장의 주도아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이를 시도하며 미래를 준비해가는 그룹 차원의 노력이 인상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현황을 보면 1위부터 6위까지 변함없이 유지된 모습이나 면면을 살펴보면 3위 SK그룹이 2위 현대차그룹과 자산차이가 5조5000억원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며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을 얻게 된다면 고착화 된 재계순위에도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위 현대차그룹의 자산총액은 223조5000억원이다. SK는 218조원을 기록, 현대차그룹과의 차이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자산총액 격차는 2017년 48조원, 지난해 33조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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