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이 흥행이 되는 모양이다. 관객이 150만명을 넘어 멀지않아 손익분기점인 200만 관객을 쉽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누르고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악인전'은 할리우드 식의 전형적인 범죄 액션 영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가 연쇄살인범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자 경찰이야기인 ‘걸캅스’ 공포영화 '0.0MHz’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새영화 '롱 리브 더 킹' ‘배심원들’ 등도 전형적인 할리우드식의 형사영화나 호러물, 법정 드라마다. 약간씩의 변주는 있지만 미국식의 장르영화들이다. '롱 리브 더 킹'은 우연한 사건으로 시민 영웅이 된 조직 보스 장세출(김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악인전' 의 주연은 액션배우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마동석이다. 최근 형사, 조폭영화의 간판 스타다. 그가 출연하면 관객이 믿고 보는 액션배우다. 이같은 스타위주로 영화가 제작되고 것도 할리우드 방식을 닮았다. 티켓파워 있는 A급 연기자가 영화제작의 생사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역시 할리우드 복사판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극장가는 할리우드식 상업영화가 장악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예술영화 등 비상업적인 영화가 한 두 개 쯤은 상영됐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대신 분노를 마케팅할 목적으로 하는 시대 및 정치영화가 심심치 않게 상영된다. 영화가 오락, 엔터테인먼트 산업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나쁜 현상은 아니지만 바람직스럽지도 않은 것 같다.

이같은 현상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한 후 더 두드러졌다. 거대한 쇼핑몰 위층에 위치한 극장에서 입장료 1만원 전후를 투자해 2시간 이상의 여가를 보내기에는 영화만한 오락거리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산업적인 파이를 키워나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만 영화가 1년에 2편씩이나 나오는 것도 달리보면 나쁜 일은 아니다.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 우리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주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인도를 빼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영화가 50%이상 차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이렇듯 국내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영화를 포함한 우리 영상정책은 어떨까. 산업을 키우고 시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최근 ‘스크린 상한제’에서 보듯 프랑스의 경우를 모범 사례로 들며 비교하고 강제하려는 인상을 준다. 독과점을 찬성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시장에선 할리우드 시스템을 따르면서도 정책에 관한 한 프랑스의 경우를 표준적인 사례로 차용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주지하다시피 영화를 산업으로 보는 할리우드와는 달리 프랑스는 영화가 곧 문화다. 다시 말해 할리우드 복사판인 우리의 영화산업을 유일하게 할리우드와 대적하고 있는 프랑스의 언어 및 영상정책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영화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심이고 핵이다. 하지만 우리 콘텐츠 산업은 한류를 이끄는 방송, K팝등으로 양분돼 있다. 오히려 산업적인 측면서 게임산업보다 훨씬 작다.

일부 영화관련 전공자및 관계자들의 학문, 산업적  이기주의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의 위상을 고려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식이다. 이를테면 프랑스가 영화를 사용한 방송 등 부가 시장에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듯 국내에서도 방송 IPTV등 다른 미디어로부터 사용료를 거둬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프랑스와 우리 영화의 역사, 위상, 국민 인식의 다름을 간과한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인식이 오랫 동안 적어도 김대중 정부이후 20년간 쌓여 왔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는 키치(Kitsche)고, 오락물이고, 예술 및 독립영화는 다양성영화로 좋은 콘텐츠 라는 이분적인 프레임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 영화가 영화로 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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