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인상 땐 기업부담 커”···한전 “이익중립적 측면서 검토하긴 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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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가시화 될 것이란 관측이 지대하다. 전기소모가 큰 관련업계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원자재가 상승 등에 따른 사업 전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강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우려가 수면 위로 부상한 배경은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 전해지면서 부터다.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하절기를 앞두고 누진제 구간별 사용량을 늘려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인데,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올 1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한전의 상황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 인하를 추진한다면, 어디선가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산업용 전기의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누진제 개편으로 연간 3000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올 1분기에만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이 향후에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기료 인하를 목적으로 한 민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고는 하나 한전의 적자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마저 점쳐지던 상황이어서, 실제 인하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전기요금 체계는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업용 △가로등용 등 6개종 별로 상이하다. 통상 한전은 비생산부문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주택에 높은 요금을 부가해왔다.

최근 수년 새 매년 여름마다 이상고온 현상이 반복됐고, 에어컨 가동시간이 늘어나며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졌다. 이에 정부가 관련 요금인하를 유도한 것인데, 한전의 수익성 악화시기와 겹쳐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때와 맞물려 산업용전기를 인상할 것이란 예측이 계속됐던 것이 사실이다. 

적자폭 감소를 위한 한전의 선택지가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한정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대형 공장 등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24시간 가동해야하는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특히 컸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료 절감을 위한 노력이 이미 병행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산업용 전기인상은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전의 존재가 이익실현이 목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면서 “마치 기업들에 손해 봐가며 전력을 공급하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산업용 원가회수율 또한 100%를 웃돌고 있는데, 한전의 재무부담을 이유로 타 업체들에 부담을 전가시켜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가회수율이란 전력판매액을 전력판매원가로 나눈 값을 일컫는다. 100% 이상이면 한전이 전기를 원가보다 비싸게 팔았음을 의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100%를 웃돌며, 일반·가정용에 비해 ㎾/h당 22.2원 낮지만 6개 종 별 전력들 중에선 가장 높은 전력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속적으로 증가돼 왔고, OECD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영향이 클 것이며, 자연히 이는 국가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종 우려가 대두되는 상황과 관련해 한전 측 관계자는 “주택용 누진제 완화와 관련해선, 민관TF에서 개편안을 마련 중이고 세부안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산업용 요금과 관련해서 인상을 위한 별도의 추진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다만, 전기요금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이익중립적인 측면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조정을 검토한 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재무개선과 관련해선 “유가·환율 등 대외변수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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