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연기만 벌써 두번째…원인은 높은 몸값?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게임업계 최대 이슈인 넥슨 매각이 안개속에 빠진 모양새다. 넥슨은 15일 예정된 본입찰을 이달 말로 연기했다. 벌써 두번째 연기다. 업계는 넥슨의 높은 몸값이 원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15일 예정됐던 본입찰을 이달 말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적격 예비후보로는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넥슨 본입찰 연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넥슨은 지난달 중순에 진행하려던 본입찰을 이달 15일로 연기한 바 있다. 

넥슨 본입찰 연기와 관련해 업계는 넥슨의 높은 몸값이 원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넥슨 가치는 10조~15조원이 언급되고 있다. 10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한번에 지불할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넥슨 몸값은 너무 고평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넥슨의 최근 실적만 살펴보면 넥슨의 높은 몸값에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전년대비 9% 증가한 9806억(약 984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한 2조 5296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1조 735억원(1077억엔)으로 전년보다 90% 늘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이런 호실적과 달리 넥슨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앞으로 넥슨을 이끌어갈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넥슨 매출 대부분은 ‘던전앤파이터’ 등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던전앤파이터 등 기존 흥행 게임들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3056억원, 영업이익 1조2157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던전앤파이터가 넥슨 전체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넥슨 신규 게임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상황이다. 특히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게임들은 출시 초반 반짝 흥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모바일게임 ‘트라하’가 매출 5위권을 기록하며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넥슨과 달리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등 장기 흥행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넥슨의 신규 게임 흥행 실패가 이번 본입찰 연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실적만 가지고 넥슨에 높은 몸값을 지불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업계 특성상 앞으로 나올 게임들의 흥행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일부 개발자들은 게임 출시를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한 중견 게임사 개발자는 “게임 흥행과 관련해 이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미라는 부분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사전 예약자 숫자 등으로 대강의 흥행 여부를 점칠 뿐”이라고 말했다.

넥슨 입찰을 원하는 기업들 역시 이와 같은 업계 특성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으로서는 최근의 호실적을 기준으로 높은 몸값을, 구매자들은 신규 게임 흥행 실패 등을 이유로 좀 더 낮은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매각 가격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본입찰 연기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일각은 넥슨 부분 매각 가능성도 전망한다. 구매자 입장에서 네오플 등 흥행 게임을 보유한 자회사만 따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넥슨 입장에서 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부분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넥슨은 구매자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사다. 그러나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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