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 매매가격 상승·정비사업 위주의 공급이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서울 강남권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소개하는 정보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을 소개하는 정보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구축 매매가격 상승과 분양 시장에 유입되는 예비청약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자재 등의 기준을 맞춘 게 분양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0일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되는 민간아파트의 절반 가량이 분양가 9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가 9억 원 초과인 서울 민간아파트는 2015년 12.9%, 2016년 9.1%, 2017년 10.8%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2018년 29.2%, 올해는 48.8%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 비중이 증가한 것은 다른 성격을 띈다는 게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 사업지 90%는 강남 3구에 분양했지만 올해는 강북권 분양 비중이 73.6%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북권은 2017년 용산구와 성동구의 대형 고가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12.6%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10%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45.4%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강북은 한강과 맞닿아 있는 마포, 용산, 성동, 광진 외에도 서대문과 동대문 등 도심으로 분양가 9억 원 초과 분양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전용 84㎡아파트 분양가격대별 비중을 보면 지난해까지 8억 원 이하가 2015년~2017년 70~80%대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강남3구 아파트 분양비중이 증가한 지난해는 45.4%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올해는 17.0%로 비중이 더 하락했다. 그에 반해 분양가 8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는 올해 72.2%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국민주택규모로 일반가구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는 전용 84㎡의 신규 분양가는 8억 원 초과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대량 택지지구 조성으로 공공이 직접 분양가를 책정하고 분양에 나서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정비사업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지는 서울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분양가 상승이 도움 되는 조합 측의 협조가 쉽지 않은 것도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 트렌드는 청약 당첨자들에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분양가 9억 원 초과 사업장의 경우 자금조달 부담이 커 계약 포기자가 늘고 있다”며 “청약 성적에 비해 저조한 계약실적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 책정 전략과 기조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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