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대 보복관세 결의 밝힌 중국 “6월1일부터 美수입품 600억 달러에 25% 관세 부과”
미·중 모두 협상 타결 가능성 열어둬···미국 협상단, 이르면 내달초 방중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미 워싱턴DC서 미중 고위급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은 예고대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률을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즉각 보복하는 대신 언론보도를 자제하며 예의주시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미국 정부의 조치가 발효된지 사흘만에 오는 6월1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공식화해 이른바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은 13일(이하 현지 시각) “오는 6월1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6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반격했다. 지난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다시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발효된 지 사흘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설 경우,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전체 약 5500억 달러 규모 중 나머지에 해당하는 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중국의 관세 보복 조치는 결국 이에 맞선 반격이라는 점에서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는 물론,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률을 25%로 상향 조정한 이후 언론보도를 자제했던 중국은 최근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 관련 논평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사인 CCTV는 지난 13일 ‘중국은 이미 전면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끝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며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은 일찌감치 태도를 분명히 했다.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중국 인민일보도 ‘중미의 경제무역협력은 정확한 선택이지만, 협력에도 원칙이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협력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으며 중국은 중대한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수호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의 존엄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중 양국은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관세 인상 관련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관세 부과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특히 미국이 관세를 상향 조정하면서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3~4주의 시간을 벌여줬다. 중국도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6월1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협상 시간 벌기를 의식하며 무역전쟁 종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이 계속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협상단은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some point in the near future)’에 중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9~10일 워싱턴DC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해 “건설적이었다”며 “우리는 계속 토론하고 있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원하고, (중국과) 규칙 기반의 공정한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WSJ는 또 미중 무역전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협상단이 구체적인 중국 방문 날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 초 중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는 이뤄졌고, 타결 시점도 트럼프가 본인 재선 일정 스케줄에 맞게 설정한 듯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정해둔 시점에 따라 최대한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미국은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중국 내부 경제는 그렇지 못해 오히려 중국 쪽이 무역전쟁 타결에 더 급한 모습”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미중 모두 앞서 언급한대로 6월 전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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