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코팅 기술 활용해 섬유필터 접목···많은 공기가 투과되는 대형빌딩·아파트 공조기에 활용 계획
"국내에서 기술력 인정받고 시장진입하고 싶어···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

이혜문 알링크 대표 뒤엔 ‘박사’라는 호칭이 붙는다. 금속기술 연구원인 이 대표는 정부 과제로 기술을 개발하다가 창업에 뛰어들었다. 알링크는 연구소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인 셈이다. 이 대표는 알루미늄를 나노기술로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만들었다. 이 기술은 전류가 통하는 전도체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대표가 공략하는 시장은 미세먼지 필터다. 미세먼지가 기승인 요즘, 필터 시장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알링크는 특허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공기를 거를 수 있는 필터를 개발했다.연구원이자 창업가인 이 대표. 창업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느새 4년차 대표가 돼버린 그를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만났다.

◇ “연구소 창업 생각 없었지만···알루미늄 코팅 특허기술 사업 위해 뛰어들었죠”

알링크의 시작은 정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과제부터 시작된다. 재료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이 대표는 정부 지원 과제에 전도체 알루미늄 코팅 기술을 제출했다. 이 대표는 경쟁률 80대 1을 뚫고 25억원을 지원받았다. 정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소 내 창업과 기업 설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 대표는 연구소 창업을 택했다. 2015년 법인을 설립해 2017년 과제는 마무리됐지만, 이 대표는 회사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일반적인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원래 창업 생각이 없었다. 정부 과제를 이어가기 위해 연구소 창업을 하게 됐다. 해보니 대략 사업이 눈에 보였다. 지금은 연구소를 휴직하고 스타트업에 집중하고 있다. 알루미늄 코팅 기술 개발은 2009년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사업화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이 대표는 현재 특허 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 곰팡이 등 자연 유해물질 차단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최근 환경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를 보며 시기상 적합하다고 생각했단다. 또한 이 대표의 박사학위 전공이었던 ‘나노기술’도 활용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

“우리가 많이 쓰는 공기청정기에는 헤파 필터가 사용된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성능도 좋다. 그러나 얇은 섬유가 조밀하게 돼있어 결국 오래 사용하면 유해물질이 꽉 막힌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빌딩 공조기, 아파트 환기 장치 등은 공기 투과량이 많다. 헤파필터는 공기가 많이 통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헤파필터 섬유 조직을 넓게하면 미세먼지가 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전도체 알루미늄 코팅기술을 통해 두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필터를 개발했다.”

알링크는 사업화를 위해 필터를 자체 테스트 중이다. 2020년 말까지 완벽하게 시장을 진입하는 게 목표다. 알링크는 지난해 GS건설과 아파트 환기·공기정화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전도성 필터모듈 개발에 착수했다. 건설사 외에도 대형빌딩을 관리하는 관리업체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 에어필터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 필터 사업도 진출하는 게 이 대표의 목표다.

이혜문 알링크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PD
이혜문 알링크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PD

◇ 테크 스타트업 성장 위해선 상용화 접점 찾는 것이 우선···알링크는 기술력 인정받는 스타트업 되고파

알링크는 기술 창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지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데모데이에서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엔 일주일에 한두번씩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단다. 이 대표는 사업을 소개할 때 연구발표 경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웃었다.

테크 스타트업은 주요 기술을 내세워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외에도 네이버 D2스타트업 팩토리 등 기술 전문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테크 스타트업의 수가 비교적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대표는 테크 스타트업을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크 스타트업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나면 상용화 기간이 걸린다. 기업에서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 창업을 한 기술자, 연구원들은 일정 단계까지 기술을 개발하면 상용화를 준비한다. 그러나 기술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들은 더 높은 단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알링크가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로 정의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 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 필터 외에도 웨어러블 전자소재 산업, 전자산업까지 진출하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기술 수출도 염두에 뒀다. 대형빌딩 공조기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이 주요 타깃이다. 다만 국내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올해 알링크의 목표는 건설사와의 공동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내년 초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가시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면 차별화가 안된다. 우리의 모토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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