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고래싸움 관망하는 선주들 발주 늦출까 걱정
‘안’으론 노조·지역사회 반발···해외법정서 패소한 업체마다 속앓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회복을 꿈꿨던 조선업계가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 만큼, 양국의 다툼이 선주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 선박 발주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주요 업체들 별로 각기 다른 고민거리까지 안고 있어 ‘우울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1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번 무역분쟁이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에서 맞이한 양국 간 분쟁이기에 최악의 상황에선 목표수주량을 크게 밑도는 실적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현재 미·중 양국은 서로를 향해 더욱 무거운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낸 자료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로 말미암아 중국 내에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게 돼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8억7000만달러(약 1조400억원)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조선업계는 이 이상의 손실을 점쳤다. 해외 선주들의 동향을 살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양국 간 무역경쟁이 물동량 감소를 야기 시킬 수 있고, 특히 우리 조선업계가 주력하고자 하는 LNG 유동성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연히 선주들 입장에선 선박 발주를 늦추거나 감소시킬 여지가 크다.

한 관계자는 “선박을 발주하고 건조된 선박을 보유하는 것 자체로도 막대한 제반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라면서 “정박 등 막대한 유지비용이 소요되기에 선주들은 주문에 앞서 이 같은 경제흐름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짙다”고 소개했다. 미국 혹은 중국의 이슈 하나에도 상당히 기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인데, 양국의 분쟁이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발주를 통해 도크를 확보한 뒤, 정식 발주계약을 늦출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올해 가장 큰 경합이 예상되는 카타르의 LNG선 60척 발주 역시 이 같은 행보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 및 영업실적에도 당초 예상을 밑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미국·중국의 무역전쟁 외에도 이란 경제제제 등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LNG선 발주량 전망치를 55척으로 수정 예상했다. 당초 클락슨리서치가 전망한 전망치는 69척이었다. 미·중 간 분쟁의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를 들어 전망치를 더욱 낮춰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전반의 ‘외환’의 그늘이 낮게 깔린 가운데 주요 업체별로는 ‘내우’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합병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와, 합병 추진 과정서 설립하게 될 ‘한국조선해양’ 본사소재지를 서울로 해선 안된다는 울산지역사회와의 갈등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는 16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을 개시했다. 노조는 이번 부분파업이 21일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고했으며, 22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과 상경투쟁까지 벌인다는 심산이다. 오는 31일 예고된 임시주주총회까지 총력을 다 해 한국조선해양 설립을 위한 물적 분할에 반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해당 주총을 앞두고 울산지방법원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대우조선지회 등을 대상으로 ‘업무방행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양 노조는 이를 두고 “인수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도 노조의 손발을 묶고 (대우조선해양)인수를 강행하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의 의지를 확인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주총일까지 더욱 격렬한 반발이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중재법원으로부터 엔스코글로벌(Ensco Global IV)에 총 1억8000만달러(약 2150억원)의 손해배상금 지급명령을 통보받았다. 2007년 미국 선사이자 2011년 엔스코에 인수된 프라이드(Pride)와 6억4000만달러(약 7646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에 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해 2011년 인도했다.

2011년 브라질 페트로브라스(Petrobras International Braspetro)사도 프라이드 측과 해당 드릴십에 대해 5년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페트로브라스 사는 앞선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건조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개인에 지급한 중개수수료 일부가 부정 사용됐고, 프라이드가 이를 인지했다고 주장하며, 용선계약을 취소했다.

엔스코 측은 용선계약 취소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에 영국 법원에 중재를 신청했고, 법원이 삼성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논란이 된 중개수수료와 관련해 현재 미국 국무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중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은 “중재 재판부가 핵심관련자의 증언을 배제한 채 제한적 사실관계만으로 엔스코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며 “Ensco가 삼성중공업의 중개수수료 지급 과정에 깊이 관여한 당사자이며, 법리적으로도 관련 권리를 관계사에 모두 이전해 손해배상 청구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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