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실이 던지는 질문에 허를 찔리다.

플라스틱 쓰레기 로봇이 등장하는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의 포스터.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심각한 환경·식량문제를 초래할 것을 경고하고자 만들어졌다.

물리적으로 접할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문화 등을 알아보기에 영화와 전시만큼 좋은 것도 없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빠르게 와 닿고 이해된다. 에디터가 한창 환경문제와 동물권에 관심을 가졌을 때 관련한 책을 읽은 것만큼 많이 찾아본 것이 영화였다. 국적, 인종 상관없이 우리의 삶과 마주하며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추천하던 것이 영화였기 때문.

제 16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상영작인 <월든>, <아름다운 것들>,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의 스틸 컷

하지만 좋은 환경 영화를 찾기란 좋은 상업영화 찾기보다 더 어렵다. 또 국내에서 해외 작품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토록 좋은 영화를 찾아 헤매던 에디터는 4년 전 황윤 감독의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감독의 가족이 채식으로 식단을 바꿔나 가며 생기는 갈등을 담은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년 개봉)와 생태학 전문가와 함께 고속도로에서 로드킬로 사라져가는 야생동물과의 만남을 그린 <어느날 그길에서>(2008년 개봉)가 그것.

환경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 조던이 전하는 생태학적 메시지 <아름다움 너머>展.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인 미드웨이 바다가 숨기고 있는 여러 생명체의 사연을 담은 ‘미드웨이’ 시리즈. 날지 못하고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한 생명의 사체가 보여주는 현실에 깊은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에디터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영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이미 겪고 있는 문제 들을 환기하며 현시점에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에디터 역시 그 영화들처럼 현실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하지만 다시 무너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나 전시에서는 환경문제의 영역을 동물권과 인권, 식량문제 등으로 거듭 확장해가며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5월까지 진행되는 <제16 회 서울환경영화제>나 크리스 조던의 <아름다움 너머>展도 그러하다. 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더라도 놓지 말고 계속해서 들여다보자. 당장은 제자리걸음처럼 보일지라도 가치 있는 삶을 향한 노력임은 틀림없다.

 

 

 

김보연 기자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며 그린 라이프를 꿈꾸는 실천가. 사람은 물론 환경, 동물 모두에게 건강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찾아 소개한다.

 

리빙센스 2019년 5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김보연 기자 취재협조 성곡미술관(02-737-7650), 환경재단(www.green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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