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현장 나가서 배울 것 주문
4대 시중은행장들, 임원들에 해외 출장 적극 제안  

왼쪽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사진=각 사
(왼쪽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사진=각 사

“항상 비행기 안에 있는 모습을 보여라.”

글로벌 시장 개척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임원들에게 “항상 비행기 안에 있어라”며 해외 출장을 적극 제안했다. 해외 시장을 둘러보며 글로벌 금융의 빠른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국내외 사업에 적용하라는 주문이다. 다른 은행장들도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임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적극 권하는 중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행장은 이같이 임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지시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은 담당 부서만 아니라, 전 부서가 지원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 해외 출장도 글로벌 부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임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행장 자신도 직접 최근 해외 동향 파악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 구루그람(Gurugram)시에 1호 지점인 ‘인도 구루그람 지점’ 개점식에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인도 점포가 서남아시아의 거점점포로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시장을 향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 외에 다른 시중은행장들도 임원들의 해외 출장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에서 18년간 근무해 ‘글로벌통’으로 불리는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최근 임원들에게 연간 1회 이상의 해외 출장을 갈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해외 출장에 나간 임원이 소수에 그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진 행장은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직된 사고와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현장에서 보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임원들이 글로벌 등의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고 사업을 키우라라는 취지다. 

‘중국통’으로 불리는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최근 40대 초·중반의 젊은 직원을 해외 지점장이나 법인장으로 발탁해 해외 영업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신남방 시장 진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 2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글로벌 인사(HR)제도를 신설하고 현지화 경영을 펼치는 중이다. 

국내 금융그룹 중 최대인 26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 443개를 보유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도 글로벌 행보에 적극적이다. 손 회장은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홍콩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지 주요 투자자들과 만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손 행장은 지난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작년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3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8%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19.6% 증가한 2855억원, 우리은행은 19.7% 늘어난 2000억원, 국민은행은 157.4% 증가한 60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행장 대부분이 해외 경험이 많은 만큼 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지금도 해외 진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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