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트램도시 타이틀 얻기 위해 사활
“사업성 확보 어렵고, 경제성 평가 체계 까다로워”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지자체들이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을 앞다퉈 추진 중이다. 트램 도입에 필요한 이른바 ‘트램3법’이 모두 마련되면서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다만 트램이 실현화 되기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전국의 지자체들이 ‘트램’ 추진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트램 도입에 필요한 이른바 ‘트램3법’이 모두 정비를 마치며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데다 트램 건설 시 경제성 평가 체계도 까다롭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트램은 전기를 동력으로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 열차다. 기존 지하철·경전철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고, 전기로 운행하는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전국 10곳 지자체 앞다퉈 트램 추진···‘국내 1호 트램도시’ 얻기 위해 사활

1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원, 성남, 화성, 대전 등 여러 지자체들이 트램 도입을 준비 중이다. 트램3법으로 불리던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에 이어 트램의 도로 통행 근거를 마련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3월 통과되면서 법적 토대를 모두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국내 1호 트램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 화성시는 지난 15일 트램방식으로 건설되는 동탄도시철도 등을 담은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관보에 고시했다고 밝혔다. 시는 국토교통부 승인에 따라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해 착공시기와 준공·정거장 등에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올 초 국토부의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수원시과 성남시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망 계획에 트램이 포함되며 재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제주도 역시 지난달 25일 열린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 최종보고회’에서 2023년부터 트램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트램의 장점은 값싼 건설비다. 트램은 지하철에 견줘 건설비가 적다. ㎞당 건설비가 200억원에 그친다. 지하철 대비 6분의 1, 경전철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도로에서 승하차가 가능해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이용하기 편하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도 쉽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전기로 움직여 친환경 교통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여전히 어려워

문제는 트램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 5곳에서 총 17개의 트램 사업이 구상 또는 계획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착공된 곳은 하나도 없다. 민자적격성 심사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여전히 어려운 탓이다.

지난해 2월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을 넘은 트램 노선은 7개 중 동탄도시철도 1단계 노선뿐이다. 나머지 6곳은 모두 1.0을 밑돈다. 이마저도 지자체가 실시한 타당성 검토에 불과하다.

올 초 국토교통부의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수원시와 성남시도 향후 추진할 경기도 도시철도망 계획에 트램이 포함되며 재추진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가 추진 중인 트램 조감도 / 사진=수원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트램 사업이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기획재정부 산하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예타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기재부가 검토하는 예타 조사는 지자체보다 까다로워 B/C값은 일반적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마나 트램을 추진하는 몇몇 지자체들은 국가 지원을 받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산시는 무가선 트램 ‘오륙도선’이 국토부의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11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트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전시는 트램이 예타 조사가 면제돼 2025년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비, 연간 수십억원 예상···“전 세계적으로 흑자 낸 사례 없어 신중한 접근 필요”

트램의 경제적 불확실성도 관건이다. 트램 사업이 추진된다 해도 국비 외에 초과비용은 유치기관이 내야 한다.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도 부담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다 개발비·운영비 등이 만만치 않아 민간사업자가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트램은 건설비와 운영비가 기존 지하철보단 적게 들지만 국내에 건설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 구체적으로 추산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에서 트램으로 인해 흑자를 낸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비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이상 민간사업자가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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