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경쟁률도 고전···“대출규제·고분양가로 청약수요 줄어든 영향”
청담·개포 등 알짜 단지 분양 예고···“분양시장 바로미터 될 것”

1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달 초 1순위 청약접수를 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에서 30점대 당첨자가 등장하면서 강남권 분양시장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대출규제와 고분양가가 맞물리며 청약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사진=GS건설 

한때 청약과열의 근원지로 불리던 강남권 분양시장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청약경쟁률에 이어 청약가점까지 낮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분양한 단지에서는 당첨가점 최저점이 36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고분양가가 맞물리며 청약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란 분석이다. 다만 1순위 마감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알짜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강남권 분양시장의 비관론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의견도 나온다.

1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달 초 1순위 청약접수를 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에서는 30점대 당첨자가 등장했다. 전용 74㎡과 84㎡ 두 평형대에서 36점대가 나온 것이다. 앞서 올해 첫 강남권 분양 단지인 강남구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최저 당첨가점인 48점보다 12점 가량 낮아진 점수다.

나머지 평형대의 당첨가점도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가장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던 전용 59㎡A의 최저 당첨가점은 48점을 기록했다. 대부분 평형대의 최저 당첨 가점은 40점대로 평균 커트라인 점수는 42.4점이다. 그동안 강남권 청약가점이 평균 70점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트라인 점수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가점뿐만 아니라 청약경쟁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강남권 분양시장의 청약경쟁률은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11월 분양)이 41.69대 1, ‘디에이치 라클라스‘(12월 분양)가 23.94대 1을 기록했다. 올 1월에는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평균 경쟁률이 16.06대 1까지 낮아지더니, 이달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는 그 절반인 8.17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청약열기가 예전같이 않은 요인으로 대출규제를 꼽았다. 현재 강남권 분양단지들의 분양가는 대부분 9억원 이상이다. 중대금 대출 없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소위 ‘현금부자’들만 접근이 가능해진 셈이다.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가장 적은 평형대인 전용 59㎡의 분양가는 10억1200만~12억3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대출규제로 인해서 돈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이 가능해지다 보니 당첨가점이나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권 청약시장이 현금부자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는 소위 ‘로또’라 불리는데, 그럼에도 청약가점이 낮게 나온 이유는 자금력이 없는 수요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시세 차익을 떠나서 무주택자들이 강남권이라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슷한 조건에서 분양되는 단지들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남권 분양단지의 1순위 마감이 꾸준히 이뤄지는 만큼 청약열기가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알짜배기로 꼽히는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이들 단지가 향후 강남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강남권에서는 아이파크(개나리4차 아파트 재건축), 개포그랑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청담삼익 재건축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이어지고 경제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강남권 분양성적은 나름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앞으로 기존에 분양된 단지들보다 입지가 뛰어난 곳이 많아, 진짜 강남권 분양시장의 흐름은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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