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에도 아직은 3등…시설 투자 관건

하현회 LG유플러스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하현회 LG유플러스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G그룹내에서 ‘전략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지난해 8월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은 이후에도 여러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며 이른바 ‘판 흔들기’에 나섰다. 특히 5G 시대를 맞아 만년 3등인 LG유플러스의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하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년 LG금속에 입사하며, LG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는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담당, 애플리케이션사업부 부장, 중소형사업부 부장, 모바일사업부 부장, IT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4년 LG전자 HE사업본부장, 2015년 LG그룹 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권영수 LG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당시 인사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표이사 인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 부회장은 LG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를 거쳐 지주사 대표까지 맡았던 만큼, LG유플러스와 그룹 계열사 간 신사업 시너지 강화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HE사업본부장 재직 시절에는 울트라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 차세대 TV 부문에서 선도 사업 기반을 마련한 경험도 있다. LG가 하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대표로 앉힌 것 역시 5G 시대를 맞아 여러 신사업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판 흔들기에 나선 LG유플러스…파격 행보 ‘눈길’

통신업계 만년 3등인 LG유플러스는 최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 장비를 공급받는가 하면, 미국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제휴를 맺기도 했다. 특히 5G 상용화 시대를 맞이해 판 흔들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화웨이로부터의 통신장비 공급이다. LG유플러스는 보안 논란이 있는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지난 2013년부터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4G는 물론 5G에서도 그대로 쓰겠단 계획이다. 화웨이 장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MWC에서 “화웨이는 중요한 장비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화웨이와 논의해 국내외 검증기관을 통해 검증하겠지만 장비에 전혀 이상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또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의 단독 콘텐츠 제휴를 성공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IPTV에 넷플릭스를 탑재한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킹덤’ 방영 이후 가입자가 3배나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회당 약 20억원을 들여 제작한 한국형 좀비 소재 사극 드라마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최근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CJ헬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416만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 1위 업체다. 유료방송 가입자 364만명을 보유한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가입자가 780만명까지 뛰어 오르게 됐다. 유료방송 점유율은 24%까지 치솟는다. 이에 위기를 느낀 SK텔레콤도 최근 티브로드 인수를 결정했다. KT도 현재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이다. LG유플러스가 유료방송 시장의 판 흔들기에 성공한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와 관련해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5G 요금제를 발표하는가 하면, KT와 SK텔레콤이 잇따라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개편을 통해 완전 무제한 요금제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또 고객 2000명을 5G 체험단으로 선정, 1년간 5G 이동통신 스마트폰과 통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5G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이자 5G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파격적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 2000명은 역대 최대 규모다. 

하 회장은 또 5G 스마트폰 상용화 시점에 맞춰 VR 콘텐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과 VR콘텐츠 공동 제작에 합의하는가 하면, ’아이돌Live’, ‘VR웹툰’ 다양한 VR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열린 종합게임쇼 ‘플레이엑스포’에서도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참여해 VR관련 콘텐츠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5G 시대에도 여전히 3등…경쟁사 넘을수 있나

하 회장은 5G 시대를 맞아 '만년 꼴찌'인 LG유플러스의 위상을 재정비하는 임무를 맡았다. 5G 서비스 본격화에 앞서 임직원과 전국 대리점 대표를 모아 ‘U+5G 일등 출정식’을 열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당시 하 회장은 “통신시장의 판을 흔들고 5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며 “네트워크, 서비스, 요금 등 3대 핵심 요소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G는 유플러스가 통신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유플러스 5G는 고객의 일상을 바꾸고 나아가 통신 시장의 일등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각오는 아직 현실로 구현되지 못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면에서도, 기지국 설치면에서도 KT와 SK텔레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5G 시대에도 여전히 3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G 상용화 한달을 맞이해 지난달 말 가입자 수를 공개했다. 가입자는 총 26만명으로 나타났다. 과기부는 이통사별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KT가 10만명(38.5%), SK텔레콤은 9만명(34.6%), LG유플러스 7만명(26.9%)의 5G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5G 가입자 4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다시 SK텔레콤이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LG유플러스는 여전히 3위에 머무르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5G 기지국 설치에 있어서도 LG유플러스가 타사 대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전국에 설치된 5G 커버리지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KT가 가장 많고, 그 뒤를 SK텔레콤이 따르고 있으며, 가장 적게 설치된 곳은 LG유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수도권 편중이 심하고 전국적인 커버리지 측면에서 KT와 SK텔레콤에 한참 뒤져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16일 기준 울릉도와 독도에 5G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은 통신사는 LG유플러스가 유일했다. 

하 회장의 또 다른 과제는 향후 설비투자에 따른 실적 부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 매출 3조204억원, 영업이익 19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 3.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5G 관련 설비 투자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앞서 하 부회장은 올해 안으로 기지국 8만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밝힌 기지국 개수는 지난달 23일 기준, 1만4170개다. 8만개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따른 설비투자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2800억원이었으나 5G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전체 시설투자가 2조1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시설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보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하 회장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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