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금융결제망 오픈뱅킹···선진국 뛰는데, 한국은 ‘거북이걸음’
  • 김희진 기자(heehe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16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오픈뱅킹 도입 앞서
우리나라는 전략수립·기술확보 위주 초기 걸음마 단계
금융규제 샌드박스 및 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개방형 금융결제망 조성은 계획만 세웠을 뿐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규제 샌드박스 및 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개방형 금융결제망 조성은 계획만 세웠을 뿐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금융규제 샌드박스 및 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개방형 금융결제망 조성은 계획만 세웠을 뿐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혁신 움직임과 비교했을 때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유럽 금융업계의 오픈 API 전략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금융당국의 지원 등을 배경으로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타 업종의 금융서비스업 참여가 증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가 2018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의 은행 및 결제서비스업 참여기관 중 20%가 2005년 이후 새로 진입한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가 가장 큰 국가는 영국으로 2017년 기준 참여기관의 63%가 2005년 이후 설립된 타 업종 등 신규 참여기관이었다.

유럽이 일찍이 금융업을 타 업종에 개방한 배경에는 유럽 내 금융산업의 과점화 문제가 있었다. 1999년 당시 유럽에서는 유로화 도입에 따른 경쟁격화와 이에 따른 인수합병(M&A) 급증으로 대형 금융회사들에 의한 금융산업 과점화가 심화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업무효율화를 가져오는 ICT기술혁신을 이용했다. 그 일환이 개방형 금융결제망 도입, 즉 ‘오픈뱅킹’ 도입이다. 오픈뱅킹이란 금융혁신을 위해 은행 데이터를 다른 핀테크 기업도 쓸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 2015년 새로운 지급서비스지침(PSDⅡ: Payment Service DirectiveⅡ), 2016년 일반 데이터보호규칙(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제정해 은행 등에 의한 고객데이터 사유화 및 독점화를 금지함으로써 핀테크 기업이나 대형 IT 기업들의 금융서비스업 참여를 독려해왔다.

특히 영국 금융당국은 고객계좌 및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과 편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3년 은행 간 계좌 이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현 계좌 이동 서비스(Current Account Switch Service)’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선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라는 이름으로 2015년에야 도입된 제도다.

2016년에는 대형은행 9곳의 공동출자로 ’오픈뱅킹 리미티드(Open Banking Limited)’란 비영리 조직을 설립해 오픈 API의 표준규격을 설정하는 등 오픈 API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오픈 API란 자체적으로 보유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 다른 정보시스템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역시 일찍이 금융업 울타리를 허물어 핀테크 업체가 오픈 API를 활용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요들리’는 오픈 API 기반 금융사 간 데이터 규격화 및 데이터 중개사업을 추진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계류 및 개방형 흐름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진한 대응으로 아직까지 선도적인 대표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오픈뱅킹의 필요성을 알고 이를 준비해나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진행이 너무 더딘 게 문제“라며 “진행 과정도 시장 자율에 맡기기보다 공공기관이 많이 개입하는 여지가 있어서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 잡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으로 오픈뱅킹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를 인지하고 오픈뱅킹 도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전략수립, 기술 확보 위주의 초기 걸음마 단계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핀테크 업체 입장에선 오픈뱅킹을 활용한 고객 데이터 확보가 산업 발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보안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오픈뱅킹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금융투자부
김희진 기자
heehee@sisajournal-e.com
김희진 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