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 최근 오스트리아 소재 빌딩 인수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도 딜 다수 나와
서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낮아 투자가치 높다고 판단

국내 증권사들이 동부 유럽으로 부동산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중심지에서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등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유럽 동부 지역까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이고 부동산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 유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에 위치한 티센터(T-Center) 빌딩에 약 39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총투자 금액 중 약 1900억원은 KTB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 부동산펀드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현지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이 빌딩은 현재 유럽 최대 통신사업자인 도이치텔레콤의 자회사인 티모바일 오스트리아(T-Mobile Austria)가 본사로 활용하고 있다. 2004년에 완공된 지상 12층, 지하 5층 규모의 건물로 빈 중심업무지구 인근에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입주사들의 평균 임대 기간이 16년으로 공실 리스크가 낮다. 

KTB투자증권의 이번 딜은 서유럽 오피스가 아닌 동유럽 오피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유럽 경제의 중심지인 서유럽이나 북유럽에 위치한 오피스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KTB투자증권도 지난해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오피스에 1800억원 규모로 투자한 바 있다. 

동유럽을 주목하는 건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흥국화재와 손잡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CEDET 빌딩을 183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금융투자사가 폴란드 오피스를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해 들어선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3월 체코 프라하 발트로브카 복합 단지 내 오피스 빌딩을 약 2억5000만유로(3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슬로바키아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 오피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들어 동유럽 오피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수익성에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유럽은 최근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동유럽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다”며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증권사들로서는 동유럽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S&P 기준 국가신용등급이 AA+로 유럽 내 가장 높다. 폴란드도 S&P 신용 등급이 A-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슬로바키아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A2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 이들 국가에 위치한 빌딩에도 글로벌 기업이 장기 임차하고 있어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환 헤지 시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차입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유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원화는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인 고금리 통화로 환 헤지할 경우 금리 차이로 인한 프리미엄(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 유럽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현지 대출을 일으킬 대 비용이 절감되는 부분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KTB투자증권이 인수한 오스트리아 빈 소재 T센터빌딩. / 사진=KTB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이 인수한 오스트리아 빈 소재 T센터빌딩. / 사진=KTB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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