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DSRC 기반 V2X 입법화 추진
시장 불확실성 여전···이씨스‧캠트로닉스 등 C-V2X도 개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외서 차량‧사물간 통신(V2X) 기술 표준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유럽에서 와이파이 기반 DSRC(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s) 방식 표준화가 급물살을 탔다. 유럽이 한국과 미국보다 V2X 사업을 더 빠르게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업계도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사업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DSRC와 C-V2X(Celluar V2X)를 함께 개발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이 통과시킨 DSRC 기반 V2X 표준 입법안이 8주 후 확정될 예정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업계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 유럽연합(EU) 28개국 대표들이 이 문제에 대해 두 달간 검토할 수 있도록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15개국이 유럽의회 측에 법리검토를 거칠 시간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을 기점으로 향후 8주간 법리검토가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DSRC 기술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럽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의 알력이 작용하다 보니 법제화가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V2X 통신 표준은 크게 DSRC와 C-V2X 양 진영으로 나뉜다. DSRC는 무선랜 기술 기반 차량용 통신 방식으로, 십수년 간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 반면 C-V2X는 지난 2014년 국제 이동통신 프로젝트 3GPP에서야 처음 제안됐다. 그러나 C-V2X는 3G, LTE 등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이동통신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는 만큼 향후 V2X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은 요금을 부과할 수 없는 DSRC 대신 C-V2X 도입에 적극적이다. 두 기술 방식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지만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V2X 기술 표준을 정하는 데 있어 경쟁 구도를 그리기도 한다.

미국, 한국, 유럽 등은 DSRC, 중국은 C-V2X로 구심점을 잡았다. 이중 유럽은 한국, 미국, 중국보다 더 먼저 V2X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주목받는 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법제화 논의가 2년 째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6년 말 미국 교통부가 DSRC 기반 V2X 기술 탑재 의무화를 제안했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 법제화가 중단된 상태다. 미국과 똑같은 DSRC 표준 규격을 쓰는 한국 역시 표준을 결정하지 못 했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DSRC 기반 지능형 교통체계(ITS) 시범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과학기술정통부가 5G 상용화와 함께 C-V2X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아직까지 법제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C-V2X 방식을 낙점했는데 사실상 미국과 무역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퀄컴의 통신용 모뎀칩이 적용된 C-V2X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 경우 퀄컴 칩 기반으로 C-V2X 기술을 개발해 온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 진출이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 V2X 사업이 시작될 수 있는 해외 시장은 유럽, 중국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은 무역 분쟁이란 변수가 크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와 같은 자국 기업 제품이 아닌 퀄컴과 같은 미국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세계 시황이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DSRC 표준화로 기울면서 국내 기업들도 주목하는 눈치다. 그간 DSRC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국내 자동차 전장 부품업계는 최근 C-V2X 기술까지 개발을 시도하는 중이다. 표준 규격이 서로 다른 해외 시장 대응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국내 전장부품업체 이씨스는 올초 MWC2019에서 퀄컴 자회사인 퀄컴테크놀로지와 함께 신규 C-V2X 모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퀄컴이 제공한 9150 칩셋을 기반으로 C-V2X 통신 모듈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간 이씨스는 NXP 칩셋을 기반으로 DSRC 지원 단말(OBU) 등을 개발해 왔지만 최근 해외 시장 대응 차원에서 C-V2X 개발까지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부품업체 켐트로닉스 역시 그간 DSRC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해 왔으나, 올해부터 V2X 단말(OBU)에 적용할 C-V2X 소프트웨어를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V2X 단말은 LTE 기반이었다면, 올해는 5G 방식의 V2X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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