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 시행 근로시간 단축제도···특례제외 업종에 파업 불씨 번질 가능성
특례제외 업종 주 52시간제 어려움 호소···“탄력근로제 확대 등 개선 필요”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버스업계 외 특례업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버스업계 외 특례업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른바 ‘총파업’을 예고했던 전국 버스업계가 결국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급한 불씨는 꺼지게 됐다. 다만 버스노조의 총파업 갈등을 계기로 저임금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노사갈등을 촉발하는 주 52시간 근로단축 제도의 역효과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이번 버스 파업 논란이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서 버스업계가 제외된 데서 비롯된 만큼, 버스 파업이 신호탄으로 다른 업종까지 번져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버스업계 외 특례업종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가 가능한데, 지난해 3월 노선버스를 포함한 21개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업종들은 지난해 7월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총 48시간(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 주말 16시간 이내)으로 제한됐고, 올해 7월부터는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특례제외 21개 업종은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보관 및 창고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우편업 ▲교육서비스업 ▲연구개발업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광고업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 ▲건물·산업설비 청소 및 방제서비스업 ▲미용 ▲욕탕 및 유사서비스업 ▲영상·오디오 및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다.

◇특례제외업종,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어려움 호소

일단 버스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나머지 업종들에 대한 노사 갈등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오는 7월부터 특례제외 21개 업종이 근로시간 단축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병인, 학습지 교사, 청소원 등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여러 정책 도입에도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업종에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초과근무가 많은 방송, 교육서비스업, 금융업 등도 노사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도 버스파업과 같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사업장 중 154곳에서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나왔다. 전체 대상 사업장 1051곳 중 14.6%를 차지한다. 근로자 수로 보면 대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약 105만명 중 1.9%인 2만640명이 현재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업종별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는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 43곳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 서비스업 22곳, 도매 및 상품중개업 14곳, 음식점 및 주점업 11곳, 방송업 10곳 순이었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는 2만630명으로 300인 이상 특례제외 업종 종사자 105만5172명의 1.9% 규모다.

주 52시간제 특례제외업종 근로시간 현황 및 노동시간 단축 관련 필요한 지원사항. / 자료=고용노동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주 52시간제 특례제외업종 근로시간 현황 및 노동시간 단축 관련 필요한 지원사항. / 자료=고용노동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특례제외업종의 요구는 간단하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인건비, 예외업무 허용 등 대책 마련을 해달라는 것이다. 교육서비스업인 대학은 앞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측에 근로단축 제도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입학업무의 특수성을 예외업무로 규정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입학사정관 등 입학업무 담당 직원들은 입학전형이 시작되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근무시간을 주당 52시간에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갈수록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높아져 봐야 할 서류는 많은데 정해진 기간에 모두 검토하려면 주 52시간을 넘길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입학사정관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에 근무 중인 유아무개씨(27)는 “대기업도 근로단축 제도 시행 후에 업무량에 어려움을 겪지 않냐”며 “주 52시간 근무제 취지는 좋은데 업무량은 한정돼 있고, 신규 직원을 뽑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추가 업무를 암암리에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 위해 밀착 지원 방침

정부는 이번 버스업계 파업위기가 주 52시간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직원 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버스업계처럼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가 다른 업종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뒤따를 파장에 우려가 더해진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주요 고용노동정책 현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로단축에 나선 기업에 신규채용 인건비, 임금감소분을 보전해주는 이른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지원 확대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비율이 높은 업종에 한해 면밀히 대응하겠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은 국회에 머물러 있어 법안통과과 요원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특례제외 업종의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장별 밀착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긴급 주요 기관장회의에서 “5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3000여 곳의 예비점검을 시행하겠다”며 “6월 중순부터 장시간 노동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 600곳의 현장감독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정책과는 “특례제외 일부 업종에 필요한 탄력근로제,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제도까지 남은 한달 반 동안 임금 지급, 근로시간 배분 등을 고민하고 행정적 지원,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안내, 채용 서비스 지원 등 정부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다각도로 고민해 밀착지원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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