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상승률 전국서 1위···일부 단지 전고점 돌파
투자수요가 단기집값 올릴 순 있지만 중소도시에 호재 마땅찮아 중장기적 상승 원동력은 부족
상당수 외지인 사들인 물량 세입자 찾기 애먹을수도

올 초 인기를 끌던 외지인들의 전남 광양 아파트 투자가 사그라들고 있다. 투자수요가 가장 많이 몰렸던 한 아파트는 이달 들어 거래량이 지난 3월 대비 80%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 초 인기를 끌던 외지인들의 전남 광양 아파트 투자가 사그라들고 있다. 투자수요가 가장 많이 몰렸던 한 아파트는 이달 들어 거래량이 지난 3월 대비 80%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해 초 원정 투자로 인기를 끈 전남 광양 갭투자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투기세력이 몰렸던 대표적 단지인 광양 중동 한 아파트 거래량은 손바뀜이 활발했던 지난 3월 대비 80%나 줄었다. 이는 광양의 일부 단지가 전고점을 찍는 등 집값이 오를대로 올라버리면서, 투자자들이 소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남 광양 아파트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이상 오르면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 여파로 대부분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국에서 2% 이상 오른 곳은 광양이 유일하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양시 중동에 있는 성호2차아파트는 이달 들어 하루 전인 지난 15일까지 총 11건의 매매거래가 이루어졌다. 하루에 한 건이 겨우 성사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엔 총 115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이는 하루 3.7건 꼴이다. 3월과 견주어보면 이번 달 거래량은 불과 두 달 사이에 80%나 급감한 수준이다.

광양 갭투자 유입이 이전과 같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서다. 갭투자는 매매가격이 낮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갭이 적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광양의 일부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1억이 채 넘지 않는데다 전세가율도 높아 1000만 원만 있으면 소형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어 이 조합에 부합했다. 게다가 비규제지역이기도 해 한 사람이 4~5채를 사들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투자자가 급속도로 몰리면서 단기간에 거래건수가 급등하고 동시에 매매가격도 올랐다. 실제 성호아파트가 있는 중동의 적지 않은 아파트들이 역대 최고가를 돌파했다. 실제 광양써니밸리, 대광로제비앙2차, 무등파크 등은 전고점을 돌파했고 상당수 단지 거래가격도 전고점에 근접했다. 다만 오래된 아파트여서 전세가가 높아질 기미는 안 보인다. 갭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나오게 될 임대차 매물 급증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거래 시스템을 보면 최근 전남 광양에서 매매거래가 체결된 65%는 광양시 외 지역에 거주하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세 또는 매매 등 임대차 매물로 나오게 될 텐데 이를 받아 줄 실수요가 적은 소도시라는 점이다. 중동에 있는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세력은 썰물 빠지듯 다 빠져나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부동산 조사업체 전문가는 “투자세력이 사고팔면서 일시적으로 중소지역 집값을 올려놓는 건 가능하지만 그 가격을 유지하거나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려면 해당지역 거주자인 실수요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광양은 호재도 없고 인구수도 적은 소도시여서 동력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외지인 투자자가 사들인 수많은 매물이 다 전세로 나올텐데 세입자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집값 호황기에 갭투자 등으로 여러 채 투자했다가 세입자를 찾지 못해 경매로 내몰리는 아파트 물건이 많아지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전국 법원 경매 건수는 1만1327건으로 직전달인 3월 보다 15.8% 늘었다. 이는 2016년 5월 1만2153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장근석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팀장은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강제 경매를 진행하는 등 갭투자자의 매물이 많이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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