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6조 투자에 트럼프 백악관 초청···사드보복 後 탈중국 지적에 “중요한 시장” 투자 재점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높은 관세를 물리며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등거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강대국들 간 신경전으로 기업은 물론, 관계국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심한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발표로 촉발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롯데그룹은 보유하던 경북 성주군 골프장 부지를 정부에 교환해 준 바 있다.

사드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다. 중국은 도입 논의단계부터 심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실제 도입되자 중국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을 선언하게 됐고, 부지를 내준 롯데그룹을 향한 견제가 심했다. 이후 점차 제제조치가 완화되면서 양국 간 교류가 재차 활발해졌음에도 롯데를 향한 제제는 비교적 근래까지 이어졌다.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중국 내 다수의 유통채널을 철수 중인 롯데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레이크찰스에 31억달러(3조6000억원)을 투입해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공장’을 준공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 투자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에 역점을 뒀던 롯데가 미국으로 갈아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은 이 같은 해석을 의식한 듯 ‘중국시장 철수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며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을 등진다는 뉘앙스의 해석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대체시장이 아니다”며 “양국에 대한 투자가 별개”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 동안 신동빈 회장이 중국 사업에 매진한 바 있는데, 이후 양국의 외교·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업이 심각하게 부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미국에 기댄다는 해석보단, 다변화에 주안점을 둔 행보로 풀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등진다는 표현은 옳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유통업 중심의 중국투자보다 미국에 단행한 석유화학단지 조성이 일자리창출 등 부가가치가 크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신 회장을 초청한 까닭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드 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공장 준공식에서 중국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신 회장의 발언은 양국에서 실리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 선양에서 ‘선양롯데월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 돈 3조원가량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호텔·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이다. 사드 배치로 한한령이 본격화 된 2016년 하반기 중단됐으나, 최근 관계당국의 승인을 바탕으로 사업에 본격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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