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에서 피해자 된 인권정책과장···정부기관, 권력 남용 있는지 돌아봐야

법무부는 지난 2017년 11월 인권정책과장 자리에 검사가 아닌 전문 공무원을 임명했다. 법무부 탈검찰화라는 기조 아래 이뤄진 파격 인사였다. 5급 사무관이 3급 부이사관 자리에 오른 전례도 없었다. 당시 오아무개 신임 과장은 법무부 일반직 유일의 3급 여성 공무원이기도 했다. 검찰은 인권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지식, 전문성을 종합 고려해 그를 임용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의 ‘최초’ 신화는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부하직원들에게 막말과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감찰 끝에 법무부 장관은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인사혁신처 산하 중앙징계위원회에 청구했다. 중앙징계위는 이보다 수위가 높은 해임 징계를 의결해 법무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중앙징계위가 징계요구권자의 요구 징계보다 더 중한 징계를 의결한 것이다. 오씨는 지난 1월 31일 해임됐다.

해임 이후 법조계에서는 차별적인 과잉징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희롱성 발언과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징계 양정이 무려 3단계나 상승(감봉→해임)한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그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또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기자는 오씨의 해임이 적절한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살펴보고자 노력했다. 오씨와 유사한 직급에 있는 검사들과 징계 처분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독립관청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검사들의 경우 도리어 오씨보다 약한 징계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씨와 유사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막말, 성희롱성 발언 등을 해 징계를 받은 검사들은 대부분 정직·감봉·견책 등 해임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강제추행죄에 이르는 행위를 하더라도 검사는 ‘면직’에 그쳤다. 해임에 이른 사례들을 살펴보면 뇌물수수죄를 저질렀거나 뇌물수수죄 성립이 가능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씨는 소청심사 통해 이러한 부당함을 뒤집으려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더한 막말을 오씨에게 퍼부었다. 법무부장관을 대리해 출석한 공무원이 오씨를 향해 ‘자기가 검사인줄 안다’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다’ ‘원래 정신질환이 있다’는 등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오씨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감찰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씨를 취재하며 ‘그가 검사였다면, 그가 고시 출신이었다면, 그가 남성이었다면 이런 수모를 겪었을까’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정부 기관의 막대한 권력이 개인에게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성희롱성 발언과 막말의 ‘가해자’였던 오씨는 어느새 과잉 징계와 막말의 ‘피해자’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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