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흑자전환 성공·카카오 의장 무죄판결
케뱅, KT 대주주 심사 중단으로 자본 확충 난항
“엇갈린 희비···지분구조 차이 영향 미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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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계속 적자를 내오던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기를 맞았던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무죄 판결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반면, 같은 해 출범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적자가 지속되면서 인터넷은행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 흑자 전환 성공에 의장 무죄 판결···훈풍 타는 카카오뱅크

15일 한국금융지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 65억6600만원을 달성했다. 2017년 7월 설립된 카카오뱅크는 분기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실적 기준으로 6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1분기 말 기준 16조3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 12조1000억원보다 34.7% 늘어났다.

당초 카카오뱅크가 흑자로 전환하는 데에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빠른 고객 확보와 대출 확대로 훨씬 이르게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이자수익이 확대된 것이 흑자 전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한 차례 위기를 넘기게 됐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에 카카오뱅크의 ‘한도초과보유 심사’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10%에서 최대 34%까지 확대해 대주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김 의장이 지난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당시 당국에 계열사 5곳에 대한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제동이 걸렸다.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려면 5년 내에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날 무죄 선고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 대주주 적격심사 중단에 자본 확충 난항···볕들날 없는 케이뱅크

흑자 전환과 함께 김 의장의 무죄 판결로 대주주 적격 심사에도 청신호가 켜진 카카오뱅크가 순풍을 타는 모양새인 반면 케이뱅크는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월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케이뱅크의 주주사인 KT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케이뱅크의 자본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기존 10%에서 34%까지 지분을 늘려 대주주 지위를 갖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KT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 등을 이유로 KT가 제출한 케이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에 대한 심사를 중단했다.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면서 케이뱅크가 당초 추진한 유상증자는 사실상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출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11일부터 간판 대출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출범 이후 2년간 자본금 부족 탓으로 수차례 대출 영업이 중단됐다.

이날 케이뱅크는 412억원 규모의 유장증자를 의결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가 59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확충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 “케이뱅크 자본 확충 난항, 복잡한 지분구조 영향”

같은 해 출범한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처럼 희비가 갈린 데에는 지분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의 지분구조 차이가 자본확충의 관건이 됐다는 풀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해 모두 22곳에 달한다. KT에 대한 검찰 고발로 대주주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23번째 신규 주주사 영입도 진행 중이다.

주주사가 많은 만큼 유상증자를 결의하기에 앞서 22개사 모두와 일일이 접촉하고 협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22곳 중 한 곳이라도 증자에 동의하지 않으면 2017년 1차 유상증자 때처럼 주주사 이탈로 유증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지분이 13.79%에 불과해 자본 확충 해결사로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지주사로 부활한 만큼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분 확대도 어렵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주주사는 9곳으로 케이뱅크에 비해 단출하다. 최대주주인 한국금융투자금융지주의 지분율도 58%에 달해 유상증자 결의 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실패로 대출 사업이 수차례 중단된 반면 카카오뱅크는 자본확충을 토대로 여신 규모를 빠르게 늘려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결국 지분구조 차이가 자본확충의 성패를 갈랐고 그것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증자가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주주사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배에 사공이 많아지는 만큼 유상증자 추진을 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 및 이사회 결의 등에서 모든 주주사의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반해 카카오뱅크는 9개의 주주사로 구성돼 있고 주요 주주사인 한국금융투자, 카카오, 국민은행 등이 증자하는 데 무리가 없어 상대적으로 자본 확충이 수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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