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브랜드 단지, 급매물 속출···전세값도 수천만원 하락
지하철 사업 지연·대규모 입주물량 여파

서울과 가까워 준강남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미사강변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집값이 한 달 새 1억원 가량 떨어졌고, 전셋값 역시 하락세다. 지하철 사업 지연과 예고된 대규모 입주물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과 가까워 이른바 ‘준강남’으로 불리며 부동산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미사강변도시가 주춤한 모습이다. 집값이 한 달 새 1억원 가량 떨어지는가 하면 전세도 수천만원씩 하락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취약점으로 꼽히는 교통망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앞으로 공급될 대규모 입주물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군 브랜드 단지도 급매물 속출

1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형을 가리지 않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 선호도가 높은 1군 브랜드 단지들마저 가격방어를 하지 못하고 급매물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미사강변도시에서 대장주로 통하는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1㎡는 지난달 7억95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이는 전달 거래가격(9억4000만원·19층)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인근에 위치한 ‘미사강변푸르지오’ 역시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9억원(10층)에 거래됐지만 올 2월에는 9000만원 내린 8억1000만원(19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매매가의 선행지표로 움직이는 전세가격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사강변센트럴포레’ 전용 91㎡는 올 1월 3억8000만원(2층)에 전세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달에는 3억원(3층)에 거래됐다. 4개월 새 8000만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미사강변루나리움’ 전용 84㎡도 올 1월 3억200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3000만원 가량 낮춘 2억9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요 대장주 아파트들은 1군사 브랜드와 망월천 조망 입지로 가격을 방어하고 있음에도, 1억원 가량 낮춘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가격을 끌어올린 각종 호재들이 지연되고 입주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입주 5년차·인구 10만명, 지하철 전무···올해 강동구 1만여가구 입주에 ‘긴장’

미사강변도시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주요인은 최대 약점인 교통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사강변도시는 2014년 6월 첫 입주 후 인구가 현재 10만명까지 늘었지만 지하철이 전무한 상황이다. 예정됐던 ‘5호선 연장 하남선 복선전철’과 ‘9호선 하남연장’ 사업은 각종 문제에 부딪혀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하남선 복선전철은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에서 강일·미사·풍산을 거쳐 덕풍까지 연장하는 노선으로 99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현재 1단계 사업(1~3공구)이 진행 중이다. 미사역(예정)으로부터 풍산역(예정)까지 구간인 3공구는 공정률이 98%에 달한다. 하지만 상일동역부터 강일역을 연결하는 1공구의 공정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예정됐던 1단계 개통이 2020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9호선 하남연장 사업도 진전이 더딘 편이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을 4단계 추가연장(고덕강일1지구~강일역) 사업과 함께 묶어 광역철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은데다 통과되더라도 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시공업체·공사비·기간 확정 등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만큼 실제 개통시키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앞으로 공급될 입주물량도 집값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미사강변도시 내에서는 올 1월 신안인스빌(734가구), 제일풍경채가(726가구)가 입주했으며, 내달 호반써밋플레이스(846가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인접한 강동구에는 올해 1만89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도 2022년 입주가 시작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동구뿐만 아니라 위례, 감일 등의 입주물량까지 더하면 시장이 겹치는 미사강변도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별한 상승요인이 없는 한 현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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