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취약 계층 목소리 듣겠다는 취지 훼손” 지적
경사노위 “운영위 구성원인 경총·한노총·상의 동의 필요” 입장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경제ㆍ노동 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경제ㆍ노동 정책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결구조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이들이 경사노위의 운영위원회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래야 취약계층 등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을 포용하겠다는 경사노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파행을 겪는 경사노위 운영도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사노위 운영은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경사노위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합의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본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경사노위 의결 구조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사실상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에 따르면, 앞서 경사노위 1차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산하 위원회에 계층별 3인의 대표 중 1인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운영위원회에서 거부했다. 또 탄력근로제 합의문에 계층별 3인 대표의 주장이 담길 수 있도록 추가 논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경사노위 내 핵심적 의사결정 회의체인 운영위원회 및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 참관을 요청했으나 이것도 거부됐다.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의 한 공익위원은 시사저널e와의 15일 통화에서 “경사노위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취급하고 이들이 다른 의견을 내면 거세게 비난하는 것은 청년·여성·비정규직까지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경사노위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들 계층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공익위원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계층 대표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중간 과정을 하나도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에 의결만 하라고 하면 정확히 판단을 할 수 없다. 마지막 과정에서 의결만 하라고 이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운영위원회·의제개발조정위원회 참관 필요···실질적 참여 보장 요구

경사노위는 조직의 비전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됐던 계층들의 목소리를 담아 균형적 경제로 나아간다’고 제시했다.

경사노위의 청년 계층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경사노위의 핵심 회의체인 운영위원회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그 안에서 어떤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대책을 세우거나 판단할 수 있다. 이를 본위원회 의결 과정에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의 비정규직 계층 대표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현재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경사노위의 핵심 회의체인 운영위원회에 배제돼있다. 그렇기에 사실상 경사노위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의 의견이 대변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들은 거수기에 불과하다. 경사노위가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을 포용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위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위원회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계층별 3인 대표가 참관해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익위원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요구하는 운영위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 참관하는 것은 경사노위 법을 바꿀 사안은 아니다”며 “경사노위 위원장이 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하면 되는 내규 사안이다”고 했다.

특히 지난 8일 경사노위는 의결 정족수 요건을 완화하고 ‘위원 해촉 규정’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는 위원회 의결구조 개편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7조 4항의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하고 ‘위원 해촉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위원회법 7조 4항은 ‘위원회가 의결을 할 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및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 각 2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사노위는 이러한 움직임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반발이 크다.

김병철 위원장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이 실질적 경사노위 참여를 요구하며 본회의에 불참하는 상황에서 경사노위가 위원 해촉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의 해촉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사노위 공익위원은 “경사노위의 해촉 규정 신설 계획은 감정적 행동이다. 경사노위가 필요에 따라 만든 것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이러한 행동은 대통령 자문위 성격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현재 경사노위 상임위원과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비공식적으로 계층별 3인 대표의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계층별 3인 대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기대가 크다.

당시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위원회가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른 것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양대 노총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인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원회 안에 포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본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운영위원회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등 각급 위원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와 방법이 미흡했던 것이 이번 파행의 근본 원인이다”며 “위원회는 3개 계층별 위원들의 참여를 요구하기에 앞서 향후 노사정 합의 과정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동시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의 본위원회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경사노위 관계자는 “계층별 3인 대표가 요구하는 운영위와 의제개발조정위원회 참관은 운영위원회 구성원인 한국노총, 경총, 대한상의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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