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닝썬 유착 의혹’ 윤아무개 총경 직권남용만 적용
접대액, 시점 등 이유로 김영란법·뇌물죄 적용 못 해
검경 수사권 조정 민감한데···경찰 수사력 의심받을 수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로 디지털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로 디지털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승리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연예인들의 뒷배를 봐줬다고 지목됐던 윤아무개 총경이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 승리 등 핵심 피의자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고 경찰 유착 의혹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찰은 버닝썬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윤 총경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윤 총경은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개업한 주점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유 전 대표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 윤 총경의 부탁을 받고 단속 내용을 알려준 강남서 경제팀장 김아무개 경감, 사건 담당자 신아무개 경장에게도 각각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은 윤 총경에게 청탁금지법과 뇌물죄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윤 총경이 유 전 대표와 6차례 식사를 하고 4차례 골프를 치는 등 접대를 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접대 금액과 시점상 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승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되며 이들의 뒷배를 봐줬다고 지목됐던 유 총경에 대한 수사가 싱겁게 끝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버닝썬 사태는 인터넷에서 경찰의 비호 아래 클럽에서 연예인과 외국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도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며 152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105일간 수사했다.

하지만 전날 승리와 유씨 등 핵심 피의자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고, 이날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아 용두사미가 됐다.

더구나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의 수사력이 의심받게 될 상황이 되면서 경찰에게는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 사건이 검찰에서 추가 성과가 나올 경우 경찰의 수사력 미비와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버닝썬 직원들의 폭행을 폭로하며 이 사건 발단이 된 김상교씨는 오히려 여성 3명을 성추행하고 클럽 안전요원을 폭행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다. 경찰은 김씨를 최초 폭행한 최아무개씨와 클럽 영업 이사 장아무개씨 등 3명에게도 폭행 또는 공동상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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