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힘 합쳐 지분 경쟁 대응 못하면 총수일가 ‘아웃’ 상황 올 수 있어···세 남매 중 한 쪽이 강성부펀드와 손을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 사진=대한항공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진통 끝에 결국 그룹 총수로 공식 지정됐지만, 첫 발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진가(家) 3남매 불화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세 사람이 합심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강성부펀드)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공식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결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그를 동일인(총수)로 15일 지정했다.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없이 조원태 체제가 갖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해서 잡음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조 회장을 총수로 임명하는 것 뿐 아니라 회장으로 선임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들이 나오는데, 거슬러 올라가보면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간 갈등설이 그 배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대한항공 일가가 처한 현실이 세 남매가 힘을 합쳐도 힘든 상황이란 점이다. 강성부펀드는 한진칼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 지분을 14.98%까지 끌어올렸다. 조원태(2.34%)·조현아(2.31%)·조현민(2.1%) 세 남매가 힘을 합한 상황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승계 받아야 방어가 가능하다. 향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강성부펀드에 맞설 상황 등을 생각하면 한진일가는 지금 똘똘 뭉쳐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결국 한진가 3남매의 갈등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결국엔 강성부펀드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항공경영 전문가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진가 3남매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소액주주들의 마음도 오너일가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라며 “세 사람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가장 웃을 곳은 결국 KCGI”라고 분석했다.

오너일가에 등을 돌리는 소액주주들이 KCGI에게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항공은 지난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로선 이들 3남매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중 가장 극단적인 상황은 결국 갈등을 봉합 못하고 세 남매 중 한 쪽이 강성부펀드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3남매에게 최악의 경우는 결국 분열이 돼 누군가 KCGI와 손을 잡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한진 오너일가는 경영에서 사실상 아웃(out)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희영 교수 역시 “항공, 물류, 호텔 등을 함께 운영하는 한진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으로 잘 짜였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런데 세 남매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사업별로 한진그룹이 쪼개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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